오피니언 사설

복지 사업보다 직원 월급이 더 많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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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할 능력이 있는 빈곤층의 자립을 돕는 자활후견기관의 일부가 주어진 예산을 주로 인건비나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본업보다는 자기 기관을 먹여살리는 일에 국민세금을 탕진한 셈이다.

감사원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209개 자활후견기관의 예산집행 실적을 분석한 결과 17개 기관이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대한 자활지원보다 기관운영에 더 많은 예산을 썼다고 한다. 10개 기관은 빈곤층의 창업이나 수익지원 사업을 위해 반드시 하게 돼 있는 자활공동체 구성을 단 한차례도 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많게는 연간 3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는 기관이 빈곤층을 돕는 일보다 직원 월급 주는 데 이 돈을 더 썼다니 감독책임이 있는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난으로 빈곤층이 늘어나고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2000년에 시작된 것이 자활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종교.사회복지.대학 등 비영리 단체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정부와 민간 부문이 같이 협조해서 해 나가면서 방만한 낭비가 없도록 철저한 지도가 필요하다.

사회복지 부문의 예산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면 복지사업은 사업대로 실패하며 세금부담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회복지병이다. 따라서 주어진 복지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사업 성패의 핵심이다.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자활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자활기관 전체를 놓고 보면 기관운영비의 비율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노력해온 측면도 인정된다. 하지만 일부 기관에 국한된 일이라고는 해도 빈곤층을 살리는 데 써야 할 돈을 주로 직원의 월급과 운영비로 쓰는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 복지기관의 조직을 슬림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길만이 해결책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