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물꼬 트인 대기업 투자 … 분위기 더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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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나라의 간판급 대기업들이 하반기부터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한화그룹이 올해 투자액을 당초 계획보다 12% 많은 1조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데 이어 GS그룹도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0% 많은 2조3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또 LG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데 3조2700억원을 투자키로 했고, SK그룹은 올해 연구개발(R&D)에 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확정했으며, 삼성전자도 단백질 복제약 개발에 앞으로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앞으로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업들의 투자가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동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정부의 독려에도 꿈쩍 않던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은 지난 상반기 실적이 예상 밖으로 호전된 데다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투자는 그 자체로도 내수의 큰 몫을 차지하면서 경기 회복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장래의 성장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겹으로 뜻깊다.

지난 상반기 우리 경제는 기업 투자의 부진 속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수출 호조로 근근이 버텨 왔지만 하반기에는 재정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고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내수 가운데 가계의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결국 기댈 곳은 기업의 투자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일제히 투자 확대에 나서기로 한 것은 타이밍이 절묘하다. 우리는 기업의 투자 결정은 정부가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고, 이번 투자 확대도 기업들의 판단에 따른 자발적 결정이라고 믿는다. 정부의 강권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내놓은 계획이 아니라 미래의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기업 스스로의 선제적 투자 결정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몇몇 대기업이 투자의 물꼬를 튼 것을 계기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정부도 모처럼 살아난 투자 확대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