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질개선 싸고 '님비'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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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에 환경부가 마련해 내놓은 한강 상수원 수질개선 특별종합대책은 그 내용과 실천의지에서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상수원 주변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과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늘리기로 한 것 등은 원수 (原水) 오염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발상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그 내용에서 호수와 하천변의 일정거리 이내 지역을 수변완충지역으로 지정해 오염물질의 유입을 원천봉쇄키로 한 것은 '획기적' 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혜자 (受惠者) 부담의 원칙이 도입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상수원 대책이 오염원의 규제와 단속에 치우친, 이른바 오염자부담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정부의 수돗물정책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상류지역 주민들은 "하류지역 주민들이 마실 맑은 물을 위해 우리만 개발제한 등의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 고 불평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서울 등 수혜지역 주민들이 요금을 더 내고 그 돈을 상류지역 주민들에게 지원하는 방식은 사리로 봐서도 옳다.

하지만 아무리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이번의 종합대책이 지난 89년 9월 이래 나온 여섯번째의 대형 수돗물대책이고, 지금까지의 대책이 모두 관련부서와 시.도간의 이해가 엇갈려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이번 대책을 놓고도 어느새 상류쪽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계획의 폐기' 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해당지역 국회의원 동원 등의 방법으로 정치공세까지 펼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또 세수감소.주민불편 등이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그동안 밀고 당기면서 제대로 손을 못댄 사이 팔당호의 수질은 3급수로 악화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류지역의 수질이 개선되면 그 지역 주민들도 더 맑은 물을 마시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수혜자부담제도의 도입으로 상류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규모도 종전보다 훨씬 강화된다.

때마침 서울시는 서울.인천.경기 등 한강수계 5개 시.도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의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 위원회를 통해 제도개선.수질오염감시.이용자부담금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서울시의 이같은 제의가 합리적이라고 본다.

상.하류지역 자치단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수혜자부담금의 규모와 지원 규모 등을 논의해 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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