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특기생 기부금입학제 도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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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검찰이 고교.대학 아이스하키 특기생 선발을 둘러싼 금품거래를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비롯한 체육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미 체육계에서는 스타플레이어가 대학에 입학할 때 수억원의 스카우트비가 오가고 그 돈은 대부분 다른 학부형들의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검찰조사에서 대규모 돈거래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어서 충격이 크다.

정치자금처럼 특기생 선발을 둘러싼 금품수수는 체육계에 오랫동안 굳어져 온 관행이었다.

클럽제 스타일의 외국과 달리 학교체육이 스포츠육성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학부형들의 주머니가 곧 스포츠육성기금이었던 탓이다.

모대학 아이스하키팀의 1년 예산은 7천1백만원이라고 한다.

이중 장비보조비가 1천7백만원, 링크장 대관비가 1천4백만원, 그리고 합숙비용이 4천만원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대학 아이스하키부가 1년동안 쓰는 실제 예산은 수억원에 달한다.

학교는 동문후원금과 학부형들이 내는 찬조금 형식의 돈으로 사실상 팀을 운영해온 셈이다.

아이스하키 뿐만 아니라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한 운동부를 두고 있는 학교들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에서는 최근 기부금 입학제가 논의되고 있다.

일반학생들의 기부금 입학제가 시기상조라면 특기자들만이라도 기부금 입학제를 먼저 허용하면 어떨까. IMF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스포츠계가 이번 검찰수사 이후 팀 해체의 길을 걷지 않도록 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백유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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