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여자오픈 골프]박세리 바람적응 끝내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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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도대체 거리를 잴 수가 없네요. " 박세리 (21.아스트라)가 산들거리는 미풍 속에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박세리는 16일 (이하 한국시간) 영국 랭카셔 로열리덤 앤드 세인드앤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98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7오버파 79타라는 올시즌 최악의 성적을 냈다.

박세리는 3라운드 합계 15오버파 2백31타를 기록, 공동 38위로 밀려나며 다섯번째 우승의 꿈도 사실상 무산됐다.

박세리는 마지막 라운드를 남긴 채 선두 제니스 무디 (영국)에게 12타나 뒤졌다.

이틀간의 강풍에 간신히 적응했던 박세리는 이날 바람이 갑자기 수그러들자 더욱 고전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드라이버와 2번 아이언 티샷은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전매특허인 아이언샷도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했다.

그린 주변의 칩샷도 실수를 연발했다.

홀을 중심으로 거리를 표시한 미국과 한국의 골프장과 달리 그린 입구에서부터 거리를 표시한 영국골프장도 혼란의 원인이 됐다.

정상권 진입을 노리며 스윙에 힘이 잔뜩 들어간 박세리는 이날 초반 5개홀에서 이미 경기를 그르쳤다.

2번홀의 더블보기를 비롯, 무려 6오버파를 치는 부진을 보였다.

박세리는 4백8야드 파4의 2번홀에서 최악을 맞았다.

드라이브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었다.

공은 TV중계를 위한 가설물을 맞고 30㎝가 넘는 풀밭에 빠졌다.

이어 두번째샷은 페어웨이를 넘어 반대쪽 러프로 넘어갔다.

세번째 친 공은 다시 그린 오른쪽의 러프에 처박혔으며 또 한번 미스샷을 범한 끝에 간신히 공을 홀 50㎝에 붙였다.

5온 1퍼트. 박세리는 이어 3, 4, 5번홀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연속 보기를 되풀이해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벗어났다.

이날 무디는 이븐파 72타를 쳐 3라운드 합계 3오버파 2백19타로 미국의 백전노장 베시 킹에게 1타 앞서며 선두를 달렸다.

랭카셔 = 배명복 특파원,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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