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98]지나는 고장마다 성금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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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토를 보듬어 안고 희망의 21세기를 향해 앞으로 앞으로…. '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국난 극복과 민족화합을 염원하며 17일째 전국을 순례하고 있는 '희망의 행진 98' 순례단이 내딛는 큰 걸음에는 거칠 것이 없다.

고통받는 남북 어린이와 축산농가를 돕기 위한 정성을 모으고 제2건국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희망의 전도사들' .이들에게는 작열하는 태양도, 쏟아붓는 빗줄기도 희망을 영글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하의 실의와 좌절을 털어버리고 민족화합과 통일국가의 염원을 실은 '제2건국' 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는 '희망의 행진98' 전국 4천리 순례단의 발걸음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탑골공원을 출발해 대장정에 나선 순례단은 폭우와 무더위를 헤치고 그동안 강원.충청.경북.부산시를 거쳐 16일 오후 3구간 (부산~광주) 첫 숙영지인 경남진해시에 도착했다.

순례단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지역주민.학생.민간단체.기업체 등에서 나와 한마음으로 행진을 같이하고 부식과 성금을 내놓는 등 따뜻한 동포애와 민족화합의 고동 (鼓動) 이 전국 곳곳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16일 동안 하루 평균 10여시간씩 모두 6백66㎞를 걸어 전체 일정 (1천5백44㎞) 의 43%를 마친 순례단은 수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실직자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희망의 전도사' 가 되고 있다.

순례단은 17일 진해시에서 마산시까지 행진하며 앞으로 19일동안 순천~목포~광주~전주~대전~인천~임진각을 거쳐 오는 9월6일 서울에 도착, 4천리 행진에 흘린 땀과 인내의 참뜻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한편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은 15일, 부산역광장에서는 시민.단체.학생 등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2건국의 횃불을 밝히는 성대한 행사가 펼쳐졌다.

○…광복절인 15일 부산시내 곳곳에서는 시민.학생들이 즉석에서 행진대열에 동참하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단을 격려했다.

이날 오후 순례단이 부산역광장에 도착하자 경찰군악대의 연주와 사물놀이 장단이 울려퍼졌고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순례단을 환영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순례단에게 사인공세를 펼쳐 행진자들을 즐겁게 했다. 자원봉사자 안경일 (安敬一.72.부산시진구) 할머니는 "젊은이들이 의지와 용기에 해방때 감격이 되살아 나는 기분이 든다" 며 순례단을 격려했다.

부산시해운대구 반송1동 운송초등학교 앞에서는 새마을부녀회원 15명을 비롯, 운송초등학교.재송여중 등 50여명이 생수를 제공했다.

○…서울 출발 보름만에 부산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해냈다' 며 환호. 당초 전국 순례에는 1백13명이 참가했지만 이날 부산에는 이중 72명과 대구~부산행진자 50여명등 모두 1백20여명이 도착했다.

정영렬 (42.사업.전남여수시국동) 씨는 "보름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많은 정이 쌓였다" 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울산서 참가한 하정락 (60.울산시반구동).박병연 (57.여) 씨 부부는 "서로 도와 어려움을 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고 말했다.

진해 =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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