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엔 김치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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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김치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일본산 ‘기무치’에 이어 중국산 ‘파오차이(泡菜·절임채라는 뜻의 중국어로 일종의 김치로 번역할 수 있음)’가 한국 김치의 아성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이 원래 김치의 고향"이라며 종주권까지 내세울 모양새여서 또 한 바탕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성도상보(成都商報)는 그 내용을 13일자 3면에 보도했다.

이 신문은 쓰촨(四川) 파오차이가 기록 상 1500여 년 전부터 만들어졌다며 김치 원조론까지 들고 나왔다.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는 쓰촨의 파오차이가 한국 김치의 충격파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쓰촨성 상무청 리웨이민(李維民) 부청장은 “지난 해 쓰촨 파오차이의 수출입 규모가 280만 달러(한화 36억 원)인데 비해, 한국 김치는 매년 연간 매출액 24억 달러(한화 3조1380억 원)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김치가 판매되는 국가는 110여 개 국이 넘는다”고 말했다.

쓰촨성 농업관계자는 “쓰촨성 파오차이를 우수 산업품목으로 선정, 5년 안에 300억 위안(한화 5조7411억 원) 규모의 연간 생산량을 달성해야 한다”고 현지 생산업체에 대한 지원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쓰촨성 식품발효공업연구원 천공(陳功) 부원장은 한국과 일본의 김치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식품 가공 기술의 기계화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김치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뒤, 생산 라인을 확장함과 동시에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1995년에는 정식으로 국제 식품규격위원회에 김치 표준 방안을 제출했다. 2001년 7월 한국은 김치의 국제식품 표준을 인정받아 대외 무역 발판을 마련했다.
천 부원장은 “쓰촨에 대형 파오차이 전용의 표준화된 채소 원료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선도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규모를 확대하고 그룹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쓰촨성 식품공업협회는 여러 연구단체와 공동으로 ‘쓰촨 파오차이’만을 위한 지방표준을 제정하고 기업 생산 기술의 기준을 통일했다. 최근 이 ‘쓰촨 파오차이’ 표준안은 전문가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쓰촨 파오차이’의 김치 따라잡기 움직임은 이미 과학적 데이터 분석까지 마친 상태다. 김치 안에 산화제 역할을 하는 아질산나트륨이 많이 함유됐다는 속설에 대해 천공 부원장은 “아질산나트륨은 흙 속에 함유된 화합물로 곡물이나 육류·채소류에 모두 포함돼 있다. 김치는 오히려 발효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질산나트륨이 줄어든다. 특히 쓰촨 파오차이의 아질산나트륨 함유 비율도 1kg당 5mg미만으로 국가 표준 기준인 1kg당 20mg 미만에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박찬우 인턴사원= thirdna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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