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8학군’ 여름 전셋값 때 아닌 고공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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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년 전 서울 도곡동으로 이사한 주부 이모(39)씨는 요즘 전세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전세 계약이 다음 달이면 끝나는데 최근 일대 전셋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2년 전 2억7000만원이던 82㎡형이 요즘 3억5000만원으로 뛰었다”며 “아이들 학교와 학원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심상찮다. 계절적으로 보기 드문 심각한 전세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인기 학군 지역이나 학원 등 교육환경이 좋은 곳들에서 전셋값이 치솟는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교육 수요’가 전셋값 불안의 불씨가 된 것으로 본다.

 잠실동 리센츠 단지 112㎡형은 3억8000만~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000만원 올랐다. 인근 삼성공인 김정숙 대표는 “서울 강북이나 일산 등지에서 학군과 학원을 보고 잠실로 이사를 오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105㎡ 전셋값은 2억6000만~2억7000만원 선이다. 이달에만 2000만원 오른 것이다. 대치동 아이파크공인 조영찬 대표는 “내년부터 시행될 광역학군제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분산될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올해는 수요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원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방학 때 자녀들이 머물 원룸을 구하려는 학부모들의 전세 문의가 줄을 잇는다. 30㎡ 남짓한 원룸의 월세는 120만원 선으로 올 초보다 20만원가량 올랐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대치동 원룸을 찾는 학생 중에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를 준비하기 위해 입국한 유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교육 수요가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파트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 올 상반기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2만7000가구)의 절반가량인 1만3700여 가구에 불과했다. 이달 중순 입주하는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를 제외하곤 앞으로 2년간 강남권에서 나올 입주 단지는 거의 없다. 잠실의 경우 2006년 말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재건축 새 아파트 2만여 가구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전세 수요를 흡수했지만 올 들어 입주 물량이 모두 소화되면서 전세 물량이 동났다.

목동과 중계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학원 밀집 지역인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에 있는 삼성아파트 82㎡는 1억4000만~1억5000만원 선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중계동 서울공인 김필섭 대표는 “중계동 일대에서 몇 년째 아파트 입주가 끊겼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 오려는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아파트 공급량이 많지 않아 학군·학원 선호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입주 물량이 끊긴 데다 가을이 되면 이사 수요까지 겹쳐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여름이나 가을 전세계약 만기가 되는 세입자라면 지금부터 미리 이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입주 2년이 지난 아파트를 눈여겨 볼 만하다. 첫 입주 후 2년 계약이 만료돼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세입자가 많기 때문이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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