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에 떼밀려 잠깐 문연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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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따가운 국민 시선에도 꿈쩍 않던 국회가 11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수해대책을 외면한다는 여론 악화에 떼밀려 소집된 면피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반짝국회' 로 끝났다.

국회 정상화를 논의한 여야 총무회담도 난항을 겪었다.

민생문제와 추경안 처리를 위한 '특위' 를 구성한다는데 원칙적인 의견접근을 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지만 '특위 구성' 을 두고도 상임위 구성이 여의치 않자 '편법' 을 동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본회의 = 재해 대책특위 구성 결의안만을 통과시킨 채 쫓기듯 끝났다.

여야 공동으로 구성된 수해지역위문단 결과보고도 하는둥 마는둥 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통령과 총리가 수해지역을 방문하지 않은데 대해 수해주민들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고 주장했지만 열띤 분위기는 아니었다.

◇ 총무회담 = 본회의 후 열린 3당 총무회담의 결과 발표부터가 엇갈렸다.

박희태 (朴熺太) 한나라당 총무가 "민생특위 구성과 총리임명동의안 처리가 논의됐지만 합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고 했으나, 한화갑 (韓和甲) 국민회의 총무는 "예결특위와 민생특위 구성은 대충 합의가 됐다" 고 발표했다.

반면 구천서 (具天書) 자민련 총무는 "민생.예결특위와 총리인준안의 일괄처리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고 주장했다.

두 여당 총무는 특위를 구성해 민생법안과 추경안을 다루자는 한나라당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대신 총리임명동의안도 함께 처리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朴총무가 "정치 현안은 민생문제가 해결된 뒤 천천히 논의하자" 고 반대했다.

회담전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이 朴총무를 따로 불러 "총리임명동의안이 15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 고 으름장을 놓자 朴총무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 전망 = 여야가 상임위 활동을 대신할 특위 구성에 합의한 이상 상임위원장 배분을 포함한 원 (院) 구성문제는 3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로 사실상 미뤄진 셈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총리임명동의안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 빼내기 (과반수 넘기기)→단독처리 불사' 전략을 실천에 옮길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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