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생명까지 … 부작용 충분히 알고 참가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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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20면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센터의 임상 1상 시험에 참여하는 한 남성이 심전도 검사를 받고 있다. 신동연 기자

‘임상시험 빨리 받게 해주세요’. ‘한 번 하면 얼마나 벌 수 있나요’. ‘마루타 알바 뛰고 왔어요’.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하는 거예요?’
병원 임상시험센터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떠도는 글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하루 7만~8만원을 벌 수 있는 고액 아르바이트로 소문난 ‘신약 임상시험 참여 프로젝트’에 관련한 내용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욕구와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다.

임상시험 윤리 논란 위험과 희망 사이

임상시험에 대한 윤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는 약이나 치료법을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임상시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일제시대의 인체실험 대상인 ‘마루타’에 빗대기도 한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엄격한 국제 기준하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임상시험은 ‘임상시험센터(CTC)’라고 불리는 지정 병원·기관에서만 할 수 있다.

또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병원·기관에선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구성해 심사해야 한다. IRB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피시험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다. 경험과 자격을 갖춘 5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중 두 명은 변호사나 종교인, 윤리학자 등 해당 병원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임상시험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식약청이 2007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 3상 임상시험에서 사망한 환자가 최근 3년간 3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8명은 임상시험 약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영국 더 타임스는 인도 델리에 있는 빈민층 전문 병원 전인도의학연구소의 30개월에 걸친 임상시험에서 유아 49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6년 3월에는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한 뉴질랜드인 등 6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극단적인 경우긴 하지만 인간을 상대로 한 신약 임상시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병원이 임상시험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도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성남희 간사는 “임상시험은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환자에게 직접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제는 거꾸로 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 간사는 특히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상 시험을 우려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임상시험의 위험성을 정확히 모르고 고액 아르바이트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임상시험의 고액 아르바이트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상 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돈’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의 위험성을 알려줘도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식약청 임상제도과 김정미 사무관은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며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면서도 임상시험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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