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행 옴부즈맨칼럼]기자다운 것이 제1요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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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언정심안 (言正心安)' 이란 말을 나는 늘 머리속에 두고 있다.

'말을 바르게 하는 것이 마음의 평안을 가져온다' 는 뜻의 이 말은 글쓰는 하나의 지침이기도 하다.

말을 바르게 하는 것, 글을 바르게 쓰는 것은 무엇일까. 신문기자 처지에서 말한다면 그것은 정확한 사실보도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터이다.

만일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해 보도한다면 그것은 '바른 것' 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 될 뿐더러 급기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따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르게 글쓰는 것은 비단 쓰는 이의 마음의 평안뿐만 아니라 사회의 평안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글쓰는 것과 관련해 대개의 신문에선 흔히 '레토릭' 이라든가 '글재주' 가 선호된다.

레토릭은 차치하고라도 '글재주' 란 그것이 '바른 것' 과 궤 (軌) 를 같이 할 때는 더할바 없이 좋은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영락없이 '곡필 (曲筆)' 로 흐르게 마련이다.

'곡필' 이란 문자 그대로 글로써 아세 (阿世) 하는 것이기에 묘한 마력을 지니는 것이며, 학식과 글재주가 있을수록 위선 (僞善) 의 절정을 이룬다.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 보더라도 그렇거니와 현실적으로도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물론 신문기자 처지에선 내부적으로 어떤 것이 곡필이고 어떤 것이 '아부' 하는 것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가려내는 기준은 지극히 상식적인데 있으며 그런 뜻에서 매우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 기준은 그것이 정확한 사실에 입각했느냐의 여부다.

이 점은 기사 (記事) 구성요건인 5W1H의 원칙, 즉 육하 (六何) 원칙에 입각해보면 쉽사리 판별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두번째의 그것은 신문기자로서의 직업의식, 다시 말해 기자정신과 기본자세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그런 의식이 얼마나 철저한가의 여부다.

따지고 보면 첫번째 기준보다 두번째 것은 판별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기자의 성향이라든가 인격, 심지어 잠재의식과도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별이 용이하지 않다고 해서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것은 첫번째 기준보다 더욱 중요시돼야 하고, 우선순위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강조돼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의미에서 오늘날의 시대상황은 더욱 철저하게 '그 무엇' 을 신문기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 무엇' 이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철저한 기자정신이고, 그에 바탕한 전문 직업인으로서 기자의 바른 자세를 함축하는 것이다.

흔히 기자정신이라면 지난날의 투사 (鬪士) 또는 지사 (志士) 적인 감각이나 정의감이 일컬어진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자정신이란 근본적으로 '도덕성' 이 밑받침돼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나위도 없을 줄 믿는다.

우리는 왜 신문기자를 하는가.

우리가 만드는 신문은 무엇인가.

이러한 자문 (自問) 이 결코 공허한 메아리가 되도록 해서는 안될 일이다.

물론 오늘날의 신문기자는 직업인 또는 생활인으로서 충족시켜야 할 생활조건이 있다는 것을 외면할 길은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신문기자 본연의 자세에서 일탈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용인해주는 조건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뜻에서 신문기자는 그야말로 '기자다워야' 만 한다.

다시 말해 신문기자는 '정치인다워도' 문제고 '기업인다워도' 문제라는 뜻이다.

이것은 시쳇말로 일컫는 '출세지향적' 이라는 것과 함께 반성의 여지를 크게 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그것이 도덕성과 연관될 때는 문제가 보다 복잡해진다고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일련의 보도에서 매우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 (모럴 해저드) 문제다.

이것을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처지에서는 그것을 광정 (匡正) 하는 보도적 기능도 다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스스로의 도덕성 문제를 아울러 살피고 바로잡아야 하리라고 믿는다.

이규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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