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근원적 처방’이란 화두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처방의 근원 변수로 이념·지역·기능·권력·행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보수 대 진보’라는 도식적 이념의 대결 구도를 깨야 한다. 다원화된 사회의 정책이념은 사안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이 표방한 중도(中道) 강화론에서 ‘중도’가 단순히 보수와 진보의 중간이라면 곤란하다. 진정한 의미의 중도 정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책조합을 통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용(中庸)의 치도(治道)여야 한다.
둘째, 지역 패권주의를 탈피할 획기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지역감정을 정치적 에너지로 이용해 왔고, 한국 정치는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지역 할당제 등을 신중히 검토해 봤으면 한다.
셋째, 기능적인 면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하되 합의를 도출할 수 없을 때는 당연히 포용적 다수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만약 다수당의 횡포로 잘못된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그 결과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그래야 여야 간에 진정한 정책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대의정치·책임정치의 원리다.
넷째, 권력 문제에 대한 개헌 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역대 ‘대통령의 비극’은 대통령의 권력 비대화와 무관치 않다. 권력형 비리를 막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산과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사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정치 관련자의 행태다. 이 문제는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정책을 통해 그 실마리를 풀어 가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토론을 통해 배워 가는 민주적 교육과정을 접하기 어렵다. 그 결과 양보와 타협에 의해 합의를 도출하고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건전한 민주시민을 길러 내는 것이 후진 정치의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이상 못난 정치에 발목 잡힐 수는 없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과 통합 그리고 단호함’의 정치적 리더십을 주문하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그야말로 ‘근원적’ 처방이 될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항상 때와 더불어 모든 것이 행해진다(與時偕行)’고 했다. 때를 잃지 않아야 그 도가 밝아진다.
김현구 성균관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