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수해복구 현장]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다시 일어서야지요. " 살인적인 기습폭우로 하룻동안 물에 잠겼다가 7일 오전부터 물이 빠지자 수도권 수해지역 곳곳에서는 민.관.군이 한몸이 돼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강화 =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강우가 쏟아졌지만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예상보다 물이 빨리 빠지자 농민들은 저지대인 불은면삼성리 일대 5㏊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경지에서 쓰러진 벼를 세우고 무너진 수로를 손보는 등 바쁜 손을 놀렸다.

강화읍 신문.관청.외포리 등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날 오전 물이 완전히 빠지자 온 가족과 함께 경운기와 양수기를 동원해 집안에 괸 물을 퍼내는 한편 가재도구를 말리고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金민숙 (39) 씨는 "남편과 10여년간 농사를 지어 모은 전 재산으로 가게를 차렸는데 이번 수해로 거의 몽땅 날리게 됐다" 며 "하지만 하늘의 뜻인 만큼 결코 실망하지 않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겠다" 고 각오를 다졌다.

◇동두천 = 7일 오전 10시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인 동두천은 복구를 위해 임시수용소를 나온 수재민과 공무원.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분주했다.

동두천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미8군 2사단 앞 보산동에서는 주민과 소방대원.군인이 일사불란하게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황톳길로 변한 도로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물난리에 찢어지고 휜 셔터와 대문을 모두 떼어내고 내부 가재도구를 거리에 내놓은 채 건물을 청소하는 손길이 분주하기만 했다.

주민 徐옥린 (59) 씨는 "물 때문에 이런 난리를 치르기는 처음" 이라며 "그래도 119대원과 군인들이 도와줘 빨리 복구되고 있는 편"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 면적이 워낙 넓고 규모가 커 우선 재침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도로를 보수하는데 장비와 인력이 집중돼 전반적인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의정부.파주 = 7일 오후 2시 경기도의정부시가릉동 가재울지하차도. 의정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왕복2차선인 지하차도에는 물과 진흙이 가득 차있는 가운데 공무원 8명이 양수기 2대와 수중펌프 5대를 동원해 괸 물을 빼내고 페이로더로 무릎높이의 진흙과 쓰레기를 걷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같은 시간 신곡동 철철주유소 앞 왕복6차선 동부순환도로에서는 3개 차선의 길을 뒤덮고 있는, 무너져 내린 토사를 치우기 위해 포클레인 2대가 연신 흙을 퍼담아 15t 덤프트럭에 싣고 있었다.

2년만에 또다시 참담한 물난리를 겪은 파주시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없이 모두 동원돼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조리면 일대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집안과 점포의 가재도구와 상품들을 꺼내 말리고 길거리에 쌓인 토사를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1백60여세대가 완전 침수되는 피해를 본 광탄면에서는 특히 지원나온 육군 1군단 30여단 장병 3백여명이 각종 중장비를 동원,점심시간을 넘겨가며 온통 토사로 뒤덮인 거리를 치우는 등 복구에 한창이었다.

◇포천 = 7일 새벽 또다시 폭우가 내려 포천읍내를 가로지르는 포천천이 다시 위험수위로 높아지자 범람을 막기 위해 아침부터 공무원.경찰.주민 등 3천여명의 인력과 50여대의 중장비가 동원돼 모래주머니로 하천제방을 높이는 등 안간힘을 쏟았다.

◇중랑천변 = 4백여 가구가 물에 잠겨 1천여명이 대피했던 노원구상계1동 노원마을 주민들은 악취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골목길에 가구를 들어내 물로 씻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지하에 가내 영세공장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공릉3동에서는 주민 3~4명씩 달라붙어 물에 잠겼던 원단이나 의류를 들어나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의류공장 주인 李만영 (40) 씨는 "못쓰게 된 옷만 수억원 어치" 라며 "막상 물이 빠져 피해를 눈으로 확인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고 말했다.

전날 오전 7시부터 단전.단수 등으로 4천3백가구가 고통을 겪고 있는 노원구상계동 주공 1, 2단지 주민들도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임대, 이날 오후부터 일부 가구에 상수도 공급을 재개했다.

사회부.전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