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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연체 '눈덩이'…7대시중은행 1조7천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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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량 실업의 여파로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큰 폭으로 낮추면서 개인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어 가계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선 아예 개인에 대한 신용대출이 중단된 상태며 부동산을 담보로 잡혀도 16~17%의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외환.신한 등 7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금액이 1조7천1백70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무려 70.2%나 늘었다.

지난해말 1조88억원에 불과했던 가계대출 연체는 1월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 2월말 1조5천5백24억원에 달했다가 3월에는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4월부터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연체가 늘자 가계대출 총액은 5월말 현재 22조5천7백85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11.7%가 오히려 줄었다.

떨어질줄 모르는 개인 대출금리도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연초 18~19%까지 치솟았던 은행 정기예금 (1년만기) 금리는 10.5~12%로 7%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개인 대출금리는 여전히 16%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중 예금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전달보다 0.99%포인트가 떨어진 데 비해 대출금리는 0.38%포인트 하락에 그쳐 하락폭이 수신금리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이 때문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가 5~6%포인트까지 벌어지는 등 예대 (預貸) 마진 폭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개인의 경우 신용대출이 아예 중단됐고 적금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잡혀도 16% 이상의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대출금리를 예금금리 수준에 맞춰 낮추지 못하는 것은 가계대출 연체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 이라며 "대출금리에는 돈을 떼일 위험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예금이 몰리고 있는 우량은행들조차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해 은행들이 힘없는 개인을 상대로 고리 (高利) 의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경민.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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