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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공격 방어’ 밤새 분주했던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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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오후 6시가 넘어서자 국민은행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이 갑자기 느려졌다. 3차 공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일단 접속을 지연시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보이는 것은 차단하고 정상적인 거래를 위한 접속은 순차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접속이 지연됐던 홈페이지는 오후 6시40분을 넘어서면서 속도가 회복됐다. 국민은행 김용원 IT기획부장은 “평소 오후 6시대엔 접속이 15만 건 정도였지만 이날엔 30만 건이 몰렸다”며 “충분히 대비했기 때문에 새로운 수법의 공격이 아니라면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날 밤 전산 관련 부서 직원들이 비상 대기를 하면서 공격을 막아 냈다.

국민은행에 공격이 집중되면서 9일 오후까지 공격받았던 우리·하나·기업은행의 홈페이지 접속은 원활하게 이뤄졌다. 하나은행 정의석 보안팀장은 “오후 6시 이후 새로운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7일 공격을 받았던 신한은행엔 추가 공격이 없었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는 않았다. 우리은행은 잠실전산센터 내 종합상황실을 비상운영 체제로 운영하면서 디도스 공격을 모니터링했다. 우리은행 e비즈니스사업단 황인섭 부부장은 “차단 시스템을 기존 1단계에서 2단계 체제로 바꿨고 용량도 두 배로 늘려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8월 금융결제원 주도로 디도스 공격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동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차단 시스템도 만들었다. 금융위 변영한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7개 은행에 대한 디도스 공격으로 인터넷뱅킹이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금융 정보가 유출되거나 계좌가 불법 이체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단계별 비상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마련한 단계별 계획에는 인터넷뱅킹에 심각한 장애가 생길 때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텔레뱅킹을 가동하고, 직접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은행 창구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비해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경우 웹 기반이 아닌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디도스 공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 등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증권사들도 방어 시스템을 점검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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