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선출 팽팽했던 표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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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은 박준규의원을 국회의장에 당선시키긴 했으나 1, 2차 투표에서 재적 과반수 (1백50표) 득표에 실패했다.

기대했던 적진 (敵陣) 내 반란표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당초 국민회의.자민련은 1백55표 안팎의 득표로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낼 생각이었다.

양당 1백37표에 朴의원을 지지키로 당론을 모은 국민신당 8표와 무소속 1표, 그리고 한나라당 이탈표 10표 이상을 기대했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최소 12표가 이탈했다는 것은 향후 정계개편의 최소한의 규모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곧이어 실시된 2차 투표에서도 결판이 안났고 결국 3차 투표에서 朴의원이 오세응의원을 10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투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1차 때 10표였던 표차가 2차에서 5표로 줄었다가 3차에선 10표로 다시 늘어난 부분. 2차 투표에선 여권 승리를 내다봤던 한나라당내 반란표들이 의외로 야당후보가 선전하자 마음을 돌려 吳의원을 지지했다는 게 각 당의 분석이다.

또 3차 투표를 앞두고 '선거 패배시 전원 의원직을 사퇴한다' 는 연판장을 의원총회장에 돌리자 상당수 의원들이 반발한 것과, 의장 후보인 吳의원이 의총에서 10여분간 장광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반발을 자초했다는 후문이다.

또 1, 2차에서 吳의원을 지지했던 무소속의 홍사덕 (洪思德) 의원이 3차에서 朴의원을 지지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날 기권표가 1차 5표, 2.3차 6표로 거의 고정된 대목도 관심을 끈다.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한나라당을 탈당할 준비가 돼있으나 차마 타당 후보에 표를 주지는 못한 '상대적 양심파' 에 속한다.

한편 일부 의원들이 후보의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했거나 일부러 틀리게 써 무효 처리됐다.

국회규정엔 후보자 이름을 한글 또는 한자로 쓰도록 돼있다.

남정호.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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