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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선거 예상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3일 국회의장 선거는 단순히 어느 정파가 의장자리를 따내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당장 다음날 있을 김종필 (金鍾泌.JP)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는 물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JP, 한나라당의 진운.정치적 위상이 걸린 사안이다.

그런 만큼 박준규 (朴浚圭.자민련).오세응 (吳世應.한나라당) 후보중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국기상도는 엄청나게 달라질 게 예상된다.

우선 JP문제와 관련해서다.

朴후보가 승리한다면 이는 한나라당내 이탈세력의 '당론거부' 의사가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4일 있을 총리임명동의안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의 승리가 예상되는 동시에 한나라당의 내분은 심화할 것이다.

吳후보가 당선됐을 경우도 역설적이긴 하지만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JP의 서리떼기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을 거머쥔 마당에 공동정권의 가장 민감한 이슈인 JP문제를 뒤틀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JP서리' 부분은 한나라당도 부담스러워한 부분이다.

특히 문제는 한나라당이 투표를 보이콧하고 본회의장 집단퇴장→의원직 사퇴 같은 초강경 조치를 취할 때다.

1차 투표결과 박준규후보의 의장 가능성이 커지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강경그룹들이 소속의원에 대한 협박.공갈을 이유로 감행할 수 있는데, 국회의장 선출은 물론 JP문제 처리까지 무기한 연기될지 모른다.

여야 극한대치 상황이 재연되면 金대통령은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과감한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들끓는 비난여론에 기대어 '유보해온' 강도높은 정치권 전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金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JP의 그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朴후보를 직접 점찍은 대통령으로서 오세응후보가 승리한다면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민회의.자민련 간에 묵은 불신이 점화, 공동정권내 불화.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당내 단결을 공고히 하는 한편 金대통령 행정부와의 가파른 대립국면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여권이 거야 (巨野) 를 겨냥한 정치권 전면 사정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단계가 되는 것이다.

박준규후보가 될 경우 한나라당은 당 내분과 함께 소속의원들의 이탈가속화가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정계개편도 탄력을 받는 등 金대통령의 개혁작업이 상당한 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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