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등의불 실업대책]하.각국의 실업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실업증가는 경제적으로 소비위축.경기침체를 부를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불행지수' 를 급속히 끌어올려 정치.사회적 파괴력이 커진다.

각국 정부의 실업대책은 크게 생계비 지원 등 소극적 대책과 교육훈련.재취업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적극적 대책으로 나뉜다.

호.불황을 수없이 경험했던 선진국들의 사례는 바람직한 장기 실업대책이 어떤 방향이어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세전 (稅前) 소득이 월 1천6백66달러인 근로자가 있다고 할 때 현재 영국에서는 1백30달러, 프랑스에서는 3백56달러를 세금 및 사회복지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각국의 실업현황과 그 대책을 살펴본다.

미.영은 기업들의 고용조정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일하는 복지' 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실업과의 전쟁에서 유럽의 '모범생' 으로 손꼽히는 영국. 올해 성장률이 파운드화 (貨) 강세와 고금리 때문에 지난해 (3.4%) 보다 낮은 2.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현재 6%대인 실업률은 7~8%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인다.

영국의 실업률은 80년대만 해도 평균 9.5% 안팎이었던 것이 93년 10.3%로 치솟았다. 실업자 수는 3백만명을 돌파했다.

93~97년 이후 연평균 2.8%의 성장세를 누리게 되자 영국은 지난 연초 실업률이 한때 4%대까지 떨어졌다.

마거릿 대처 정권의 등장을 계기로 영국은 분배를 다소 희생시키더라도 '파이' 를 키우는 쪽을 선택했다.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고 대대적인 민영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시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고용.해고가 동시에 원활하게 이뤄지는 풍토를 조성했다.

그 결과 파트타임직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25~30%를 차지하는 등 '일하는 빈곤층' 이 늘고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실업률은 유럽 주요국 가운데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신 (新) 노동당' 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토니 블레어 정권도 대처 전 총리가 택한 노선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소외.빈곤계층에 대한 대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실업자에 대해 정부는 직업훈련을 통해 취업능력을 높이도록 최대한 도와주되 일자리를 거부할 경우 복지혜택을 박탈하는 연계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크게 틀리지 않다.

기업들은 불황기는 물론 지금같은 호황기에도 수시로 고용을 조정한다.

매출감소.기술변화.작업부서 폐지.비용절감 등 그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미국이 장기 호황을 누리는 데에는 이런 탄력적 (때로는 예방적 차원의) 고용제도가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기업인수.합병 (M&A)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데도 이스트만 코닥.시티코프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1만명 안팎의 인원을 해고했다.

이는 '계약 자유의 원칙' 을 바탕으로 정부의 효율적 실업대책, 탄력 있는 노동시장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기업측도 최대한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인 다음 해고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일시해고 (레이오프).재고용 (리콜) 등 반발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해고에 앞서 ^신규채용 동결^근로시간 단축^업무분담 (job sharing.혼자 하던 일을 여러명이 나눠 맡는 것) ^배치 전환^근로자 파견^조기퇴직^자발적 퇴직 프로그램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해고시에는 재취업 촉진을 위한 직업상담.금융상담.직업훈련.취업알선 등을 펼친다. 정부 차원의 실업대책도 다양하다.

우선 실업보험제도에 따른 급여를 지급한다.

금액.지급기간은 주 (州) 마다 다르다.

플로리다의 경우 주당 지급액은 2백50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피보험자 평균임금의 2분의1, 지급기간은 1년까지 지원한다.

실업자에 대한 의료보험 확대 적용.부양자녀 보조 및 생계유지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식량카드 배급제 (푸드 스탬프) 도 정착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고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이들은 과거의 경력.전직 (前職)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인식.처우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자신을 받아주는 곳에 취업할 자세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처럼 '실업대란 속의 구인난' 사태는 잘 벌어지지 않는다.

뉴욕.파리 = 김동균.배명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