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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자위대는 대변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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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예영준 도쿄 특파원

지난 1일은 일본 자위대의 창설 50주년이었다. 으레 있을 법했던 성대한 기념행사는 없었다. 하지만 자위대의 근본을 뒤흔드는 변혁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라크 다국적군에 참여한 데 이어 아예 해외활동을 자위대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방위백서에 명시했다. 또 태평양 지역의 사령탑으로 전환하는 주일미군과의 '전력 일체화' 논의도 활발하다.

아사히 신문은 26일 논란을 예고하는 기사를 또 하나 실었다. 자위대가 '적(敵) 기지 공격'을 위한 첨단무기 보유를 추진한다는 얘기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애용한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와 경(輕)항공모함 등 공격용 무기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가상의 적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먼저 적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기 위한 무기들이다. 아직 검토 단계라고 하지만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 장관이 이끄는 위원회의 논의 결과다. 단순한 검토 이상의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예산편성 때 위성항법으로 유도하는 합동직격탄(JDAM) 도입이 반영됐기 때문에 초보 단계에서는 이미 실행에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일본 방위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전수방위 원칙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물론 헌법을 개정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그 이전이라도 "미사일 공격이 분명한 상황에서 먼저 쏘는 것은 방위이지 공격이 아니다"는 논리로 피해나갈 수 있다.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영토 밖에서는 방위 차원의 공격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미.일 안보조약도 개정돼야 한다.

이런 일들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공공연히 논의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큰 물줄기는 이미 방향이 잡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이 방위력을 증강하든, 헌법을 개정하든 어디까지나 주권국가인 일본의 선택사항이다. 주변국들이 일본의 군국주의 전력을 들먹이며 군비증강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엔 한계가 있고 그래봤자 통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지역 안보 구도와 국가간 역할 분담체제가 어떻게 바뀔지를 정확하게 읽고 그 속에서 생존전략을 찾는 게 급선무다. 일본은 지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영준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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