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극'사도성의 이야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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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광복 이전 독무 (獨舞) 중심의 작품활동과 달리 월북 이후에 최승희는 군무 (群舞) 를 중심으로 한 무용극 위주로 작품세계를 발전시켰다.

나이에 따른 신체조건 때문에 무용가보다는 안무가로의 활동에 치중하게 된 점이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는 민족정서를 나타내는 무용극 정립이라는 예술적 목표 때문이라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49년 '해방의 노래' '반야월성곡' 을 시작으로 64년 '옥련못의 이야기' 까지 숙청당하기 전 모두 7편의 무용극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사도성의 이야기' 는 최승희가 43세때인 54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아 56년에 영화로 제작됐다.

5막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장편 무용극은 신라시대 동해안의 한 고성 (古城) 인 사도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민족적인 색채가 한껏 묻어나지만 기존의 전설을 각색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최승희 머리 속에서 창작한 작품이다.

사도성 성주 딸 금이와 어부 출신 순지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외적의 침입을 함께 막아내 결국 사랑을 이뤄낸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한국 전통무용과 서양발레를 접목시킨 새로운 동양발레를 꿈꾸었던 최승희는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

주역 무용수의 독무와 2인무.4인무 등이 등장하고 세계 각국의 민속춤이 어우러져 마치 서양발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또 판소리에다 민요가락을 사용하고 개량 국악기를 오케스트라로 편성한 최옥삼 작곡, 국립최승희무용연구소민족관현악단.국립음악대학민족관현악단 반주의 무용음악에서도 실험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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