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업체들 할부금융서 떼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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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은행으로 변해 가는가.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본업보다 할부금융사업에서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주력 사업의 다각화라고 해석해야 할지, 본업 부진에 따른 궁여지책이라고 해야 할지 논란이 분분하다.

◆ 본업이 무색=포드자동차의 지난 2분기 세전 이익은 전년 동기의 세배에 가까운 15억달러였다. 그 대부분을 할부금융 자회사인 포드 크레디트가 벌어들인 것이었다. 자동차 영업은 오히려 57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엔 자동차 영업 쪽 이익이 더 많았지만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였다. 할부금융 쪽 수익성이 더 좋아진 지 이미 4년 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의 사정도 비슷하다. 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가 벌어들인 2분기 이익은 GM 전체 이익의 66%인 8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 궁여지책인가=자동차 제조.판매로 출발한 회사가 여기서 파생된 분야에서 돈을 더 번다는 것은 기형적 구조가 아니냐는 게 일부 전문가의 지적이다. "자동차 판매 이익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경쟁에서 지고 있다는 뜻"이라는 게 일본 분석가들의 중론이다. 금융 쪽 장사가 잘 되는 GM과 포드의 수익구조는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차 3인방과 현대자동차 등에 치인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그동안 경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요즘은 이 차종들마저 일본차들이 파고들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포드가 차 한대 팔 때마다 사실상 할인 혜택인 리베이트를 5000달러까지 고객에게 돌려주고 무이자로 차 구입 대금을 빌려주는 것이 이런 상황을 말해준다.

GM과 포드의 금융 자회사들이 언제까지 돈을 잘 벌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조달금리가 높아져 마진이 줄어들게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 회복에 따라 최근 금리를 한번 올렸고 계속 올린다는 생각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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