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사수 결의대회서 울음 터트린 영화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외교통상부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의 스크린쿼터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 폐지발언으로 영화계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반대입장을 밝힌 가운데 한국영화인협회, 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단체 회원들은 27일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지미.임권택.이태원) 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30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뒤 광장에 모여 한덕수본부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등 항의대회를 갖고 가두홍보에 나선다.

"한국영화는 제대로 된 진흥책을 찾을 길 없는 척박한 토양에서 성장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함께 우리의 마지막 버팀목 스크린쿼터를 사수할 것이다. "

28일 오후 서울 남산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대표적 영화인 60여명의 결집이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했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김지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의 회견문 낭독에 이어진 것은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의 '결의사항' 낭독. "3차 투쟁일정,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모든 한국영화의 제작을 중단하고…. " 말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볼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장내는 숙연하게 가라앉았다.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임에 틀림없지만, '제작중단' 이라는 말이 영화인들의 결의로 나온 것은 이 사태에 대한 그들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짐작케했다.

'서편제' 의 제작자가 눈물을 흘리고, 비대위의 공동위원장인 임권택 감독이 그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여고괴담' 을 제작한 이춘연대표, '투캅스' 의 강우석 감독, '하얀전쟁' 의 정지영 감독, '접속' 의 장윤현 감독…. 나이도, 지향하는 바도 각기 달랐던 이들도 한결같이 고개를 숙였다.

간신히 낭독을 마치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 이씨는 "이 나이에 내가 이런 자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 너무 슬프다" 면서 "한국영화를 제작해오며 느껴왔던 자긍심을 모두 잃을 상황" 이라고 말했다.

"자생력의 토대를 빼앗고나서 거대자본의 미국영화에 당당히 맞서보라고?" 이씨의 눈물은 영화인들의 복잡한 심경 그것이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