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자랑스럽지 않은 ‘자랑스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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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김연아·박지성·박태환 선수…. 누구도 이들의 이름 앞에 ‘자랑스런’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단어를 사용할 때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랑스럽다’는 ‘자랑스런’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바르게 표현하려면 ‘자랑스러운’이라고 해야 된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로 시작하던 국기에 대한 맹세도 어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자랑스런’이 ‘자랑스러운’으로 바뀐 지 오래다.

‘자랑스럽다’는 활용할 때 어간 받침 ‘ㅂ’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ㅏ/ㅓ’ 앞에서 ‘ㅗ/ㅜ’로 변하는 ㅂ불규칙용언이다.

‘ㅂ’이 ‘ㅗ/ㅜ’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들 모음이 줄거나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자랑스러운’을 ‘자랑스런’으로 쓸 수 없다. ‘자랑스러우면’을 ‘자랑스러면’, ‘자랑스러우니’를 ‘자랑스러니’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같은 ㅂ불규칙용언인 ‘무겁다/가볍다’ 역시 ‘무거운/가벼운’으로 쓰지 ‘무건/가변’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굽다’ 등의 경우 ‘군’이 아닌 ‘구운’으로 표현하는 게 맞지만 ‘군밤·군고구마·군감자’처럼 하나의 명사로 굳어진 말은 예외로 인정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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