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고 류창기 교장 “가족같은 검찰 있어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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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쌍용고 류창기 교장(59·사진)은 최근 대전지검 천안지청 관계자로부터 명예민원실장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보람된 일일 것 같아 “내가 해보겠다”고 나섰다. 지난 달 10일 오후 명예민원실장이 된 류 교장은 난생 처음 검찰청사에 가서 두 번 놀랐다.

우선 검찰 직원들의 친절함에 놀랐다. 류 교장은 “죄지은 사람 잡아가는 곳으로만 생각해 검찰 직원들은 모두 뻣뻣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 보다 오히려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검찰을 찾는 민원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사건 사고 처리 결과가 억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나 인생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남북문제를 말하는 사람도 있고 택시기사의 불친절을 하소연 하러 온 사람도 있더라”고 말했다.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러 온 한 60대 할아버지는 무려 2시간 동안 답답함을 호소하더니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 돌아갔다. 류 교장이 한 일은 긴 시간 짜증내지 않고 성심 성의껏 노인의 말을 들어 준 것이 전부였다.

류 교장은 “생활이 법이고 법이 곧 생활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법 없이 생활이 어렵고, 생활에서 법이 나왔다는 진리를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 돌아가면 ‘학생들에게 준법정신을 길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서로 기본을 지켰다면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컸다. “어린 학생들에게 남의 배려하고 법을 준수하는 정신을 일찍 심어준다면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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