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결국 실패한 명분 없는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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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천.부산에 이어 서울 지하철 노조도 파업을 철회함으로써 지하철 운행이 속속 정상을 되찾고 있다. 한달 반을 끌어온 서울대병원 파업도 끝나는 등 노동계의 올 하투(夏鬪)가 종반으로 치닫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지하철 파업은 무엇보다 공권력 개입 없이 노조 내부의 자율조정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파업은 명분이 약했다. 주5일제 근무로 근로시간은 10% 정도 늘어났는데도 노조는 24% 가까운 인력 증원을 요구하며, 협상도 없이 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일부 간부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고, 조합원들이 대거 이에 동조해 이탈함으로써 파업이 끝난 것이다. 강성으로 소문난 지하철 노조도, 명분 없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찜통 전동차 등 불편을 참으며 질서를 지켜준 성숙한 시민의식도 파업의 조기 종식에 한몫 했다.

명분 없는 파업, 떼쓰기식 파업은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잘 보여주었다. 한국은 '강경 노조'로 인해 투자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이 11.4%에 불과할 정도로 전체 노동자 구성에서 소수화되고, 결속력이 약화되자 노조원들의 행동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일단 파업부터 하고 보는 일이 다반사고, LG칼텍스정유처럼 최고 수준의 고임금 근로자들이 주 40시간 근무도 힘들다고 파업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

이제 이런 노조는 발 못 붙이게 만들어야 한다. 강성 노조나 '노동운동꾼'들로 인해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멍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비합리적인 요구나 불법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경제도 살고, 근로자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