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명사들이 권하는 '문화휴가' 보내기]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을 끝내 놓고 다음 작품에 들어갈 때까지 다소 한가한 이번 여름에는 한국영화들 가운데 7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흥행이 가장 잘 된 작품들을 골라 다시 한번 꼼꼼히 볼 생각이다.

나는 영화의 오락성을 중시한다. 즉 '영화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는 지론을 갖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이 많이 든 영화들을 반복해서 보는 건 내가 영화를 만들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기승전결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로 이어지는 드라마 구조가 탄탄하다.

발단에서 전개로 넘어갈 때 장면들의 연결이 매끄러운지, 호흡은 너무 급하거나 늘어지지 않는지, 또 절정장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관객들의 정서를 확 휘어잡는지 등을 집중해서 보게 된다.

한국영화 감독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는 이장호 감독이다. 그가 만든 '바보선언' 과 '바람불어 좋은 날' 을 특히 좋아한다. 대학교 1학년때 보았던 '바람불어 좋은 날' 은 내 마음을 흔든 최초의 영화이다.

거기엔 밑바닥 삶 속에서 웃음과 눈물을 끌어내는 이감독의 놀라운 연출력이 담겨 있다.

걸핏하면 한국영화를 폄하하는 사람들에게는 임권택 감독의 '짝코' 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회성과 감동을 동시에 갖춘 '짝코' 는 우리 젊은 감독들의 모범이 될만한 작품이다. 물론 대중적으로 성공한 '서편제' 도 빼놓을 수 없겠다. '서편제' 는 장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영화이다.

좀 더 시간이 난다면 코미디 장르의 거장인 찰리 채플린과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들을 일람할 생각도 갖고 있다. 코미디장르를 추구하는 나로서는 이 두 감독은 반드시 도전해서 넘어야 할 산이다. 사실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 는 50번도 넘게 봤을 정도다.

그의 주요한 작품들은 거의 다 비디오로 나와있는 만큼 접근하기도 쉬운 이점이 있다. 채플린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페이소스 가득한 유머를 내 영화에서 살릴 수 있다면…. 우디 앨런은 쉬지않고 뱉어내는 대사들이 일품이다.

그 지구력은 내가 도저히 쫓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지적인 대사들을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 내 영화가 좀 더 풍부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강우석 (영화감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