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해부]더위 탄 비행기는 이륙거리 '엿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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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무더위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만 괴롭히는게 아니다. '더위' 를 타는 기계나 장비.장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더위가 비행기의 이륙에 미치는 영향은 그 대표적인 예. 대형여객기인 보잉 727기의 겨울철 이륙거리는 약2천2백80m.그러나 활주로 주변 온도가 30도를 넘는 한여름철에는 3천1백80m안팎으로 무려 9백m가량 늘어난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더울수록 단위체적당 공기입자수가 적어지기 때문. 예컨대 공기온도가 섭씨0도 정도에서는 비행기가 시속 1백65㎞정도면 부양력을 얻을 수 있지만 온도가 32~33도 안팎이면 1백80㎞ 이상이 돼야 적절한 부양력이 생기는 것. 게다가 더운날씨에는 상대적으로 산소가 희박해 엔진파워마저 떨어져 이륙거리는 더욱 늘어난다.

따라서 땡볕더위때는 활주로가 짧은 비행장은 그만큼 위험한 셈. 더울 때는 전력회사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한전이 마련한 송전선의 적정 온도는 섭씨90도. 대기온도가 30도를 넘어서면 전선을 통한 송전량은 발열량 기준으로 60도 이하만 가능하다.

전선에 많은 전기가 흐를수록 발열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겨울과 비교한다면 같은 전선을 통해 보낼 수 있는 전기량이 80~90% 이하로 떨어진다. 또 날씨가 더우면 3백m짜리 전선의 경우 최고 2m나 더 늘어져 저항이 커지게 돼 송전비용이 더 든다.

기계중에서 더위에 가장 민감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컴퓨터. 그중에서도 슈퍼컴의 경우 쾌적온도인 섭씨 21도에서 1~2도만 벗어나도 잘못 작동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항상 수억원짜리 에어컨이 곁에 대기하고 있다. 무더위엔 이 에어컨 가동비용이 월 5백만~6백만원씩 추가지출된다. 사람은 물론이지만 기계도 더워서 좋을 것은 없는 셈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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