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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여성 생애주기별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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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산부인과 직원이 미혼여성과 상담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여성의 건강은 호르몬으로 시작해 호르몬으로 끝난다?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다. 어릴 시절엔 성조숙증 또는 지연으로 부모의 애를 태우고, 폐경 이후 급격하게 저하되는 여성호르몬은 갱년기 증상이라는 ‘폭탄 세례’를 퍼붓는다. 여성이 남성보다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에 더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강순범 서울대 의대 교수)의 도움말로 나이대별로 주의해야 할 여성 질환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19세

고른 식사, 운동으로 제대로 성장하게

요즘 부모들이 관심을 쏟는 것이 성조숙증이다. 여아의 경우 8세 이전에 제2차 성징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방이 커지는 것이 신호탄. 체중이 신장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는 ‘지방증 반동’이 시작된다. 비만세포가 성호르몬을 자극해 사춘기를 앞당길 뿐 아니라 뼈 끝에 있는 성장판이 닫히면서 서서히 성장이 멎는다.

성장과 발달을 고려한 여성 청소년기 칼로리 섭취는 2200∼2500㎉. 5대 영양소와 미네랄과 같은 미량영양소가 결핍되면 성장과 발달이 지연되므로 고른 식사에 유념해야 한다. 특히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칼슘과 생리로 인해 소실되는 철분 섭취가 중요하다.

초경은 보통 11~14세 사이에 시작한다. 초경을 할 때 호르몬 불균형으로 일시적인 출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출혈이 지속되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는 청소년클리닉을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 무월경이나 심한 생리통(자궁기형 등 의심), 냉의 유무(감염 우려)도 점검한다. 아직 호르몬 체계가 미숙해 생리불순은 흔하지만 아예 월경이 없다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20~35세

출산 후 6개월 내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가야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분수령이다. 자궁과 같은 생식 부속기관은 물론 체형이나 심리적인 변화도 찾아온다. 예컨대 자궁의 무게는 임신 전 60~70g에서 만삭엔 1100g으로, 자궁 내 용적도 10mL 정도에서 500~1000배 늘어난다. 인체의 주춧돌인 골반이 벌어지면서 O자형 다리의 원인이 되고, 뼈 밀도는 물론 피부·모발 등 모든 장기가 부실해진다. 또 출산 여성의 10∼20%는 산후 우울증에 시달린다.

출산 후엔 3~6개월 이내에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가야 한다. 출산 후 5~20㎏까지 체중이 불어 비만 여성으로 굳어지기 쉽다. 여성호르몬 증가로 피하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출산 후에도 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궁에 생긴 염증성 부종이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필수. 단 모유를 먹이는 여성은 임신 전 먹던 열량에 400~500㎉를 추가해 섭취한다. 임신 전에는 태아에 영향을 주는 풍진·B형 간염·매독·에이즈 등 검사를 받는다. 특히 고령 산모에 해당하는 35세 이상 여성은 임신 전 고혈압·당뇨와 같은 내과적 질환 여부도 확인한다.


35~55세

자궁암 검사 받고 폐경 이후 체중 관리를

대표적인 여성 3대 암인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에 유의하면서 폐경을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이 보급돼 점차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진 유방암에 이어 여성 암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증가일로에 있는 여성 암은 자궁내막암이다.

자궁내막이란 태아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종의 ‘밭’. 자궁내막암은 바로 이 내막에 악성종양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검진이다. 특히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골반 내 통증이 있을 때는 세심한 검사가 필요하다.

모든 여성이 숙명처럼 거쳐가는 것이 폐경이다. 난소 기능이 소실되면서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여성호르몬의 결핍은 신체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심각한 변화가 내장비만의 증가다. 이로 인해 폐경 이후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유병률이 높아진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식은땀, 불면증과 같은 갱년기 증상도 나타난다. 비뇨 생식계의 위축으로 질 건조감, 성교통, 반복적인 세균성 감염과 빈뇨도 생긴다.

이 시기에는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을 확인해야 한다. 폐경기를 거치면서 뼈를 구성하는 성분이 감소해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폐경기 여성의 비만은 성인병뿐 아니라 암 발생률을 높인다. 삼성서울병원 송미연 교수(가정의학)의 논문에 따르면 비만 여성군에서 대장암·자궁체부암·신장암·유방암 발생률이 높았다. 적절한 운동과 식사요법으로 체중관리를 하고,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하면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고종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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