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책임회피 급급한 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찰은 전국적으로 검거령을 내려놓고도 눈앞에 있던 탈옥범 신창원 (申昌源) 을 다섯차례나 놓쳐 국민적 불신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찰은 申을 놓친 뒤 뒤늦게 1만5천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수색활동을 펴고 있으나 申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같은 경찰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에는 분노의 빛이 역력하다.

계속 눈앞의 탈옥범을 놓치는 무능은 차치하더라도 관련 경찰관들이 '면피' 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현장검거에 실패했을 경우 즉각 정확한 상황을 상부에 보고해 철저한 초동수사를 펴야 한다는 것은 수사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 이런 원칙이 무너진 채 책임회피로 일관돼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의 감찰 결과 申을 불심검문한 경찰관들은 사건발생 30여분이 지나서야 상부에 보고, 申을 놓치는데 '결정적 역할' 을 했다.

경찰은 당초 "검문 경찰관들이 16일 오전 4시15분쯤 신창원과 5분간 격투 끝에 도망가는 申을 끝까지 추격했다" 고 발표했으나 목격자들의 다른 진술이 나오자 뒤늦게 진상조사를 벌여 "신고시간이 오전 3시56분이고 20분간 격투를 벌이다 유류품만 챙겨왔다" 고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또 격투현장의 목격자가 휴대전화로 112신고를 했으나 서울경찰청은 관할 수서경찰서가 아닌 서초경찰서로 연결했고, 서초서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더구나 수서경찰서 간부들은 17일 새벽 수사본부에서 대책회의를 가지면서 '놓친 申을 어떻게 검거할 것인가' 가 아니라 '언론보도와 달리 나간 공식발표를 어떻게 합리화할 것인가' 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경찰이 달라지지 않는 한 申은 18개월이 아니라 18년을 도망다니며 범행을 계속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