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더 이상 ‘그 분’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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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30면

Q.언제쯤 이 불황이 끝날까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조셉 바스케스)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116>

A.2010년께? 죄송하지만 이렇게 분명하게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있다는 정황들이 속속 목격됩니다. 회복을 알리는 새싹들이 경제위기의 더미 속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반면 증가하는 재정 적자와 공허한 정부 정책은 회복의 폭과 속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꺾어 버립니다. 그래서 언제쯤 경기가 좋아질 거냐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좀 불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마침내 경제가 좋아졌을 때 기업이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해서요. 완전히 다른 고용 게임이 벌어질 겁니다. 전보다 훨씬 심한.

이번 위기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주 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말 그대로 상흔이 없는 조직이 없었습니다. 해고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났죠. 1년 전엔 취업이 미래의 번영과 보상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솔직히 무섭죠. 어느 날 아침 직장에 도착했을 때, 무슨 나쁜 소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그분(사장)’을 위해 일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해 일하죠. 아니면 그들이 아는 누군가를 위해 일하길 원하죠. 시카고에서 일하는 한 마케팅 전문가가 최근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남편이 해고됐어요. 제 시간당 보수도 반으로 깎였고요. 사정이 나아지면 이제 우리는 우리 일을 시작할까 해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대비해야죠.” 그녀에게만 일어난 변화가 아닙니다. 그런 조짐이 인터넷을 통해서건 주변에서건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이에 따라 경제가 회복될 때 많은 기업은 채용에 곤란을 겪을지 모릅니다. 기업은 아마 사상 처음으로 기업을 위해 헌신할 생각이 없는 구직자들을 다뤄야 할 겁니다. 그들은 불황기에 살아남았으니 어떤 도전도 견뎌 낼 수 있겠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기업이 해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관료적이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대신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직원들에게 활기찬 환경을 만들어 줘야죠. 앞으로 거대 기업은 벤처기업의 조직을 모범 사례로 삼아야 합니다. 팀 규모를 더 줄이고, 조직을 더 수평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솔직함·비공식성·혁신에 가치를 두는 내부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느껴야 합니다. 더 이상 직원들이 업무 결정권을 갖거나 승진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회사는 이해해야 합니다.

거대 기업은 이제 다른 어떤 시대보다 큰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인 1990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인재들이 실리콘 밸리로 몰려간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고용 시장에서의 변화는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이전에는 불황이 천천히 왔고, 그래서 해고는 점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전 불황기에 사람들은 회사 자체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불황은 사람들의 일하려는 마음가짐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사람들이 직업을 고르는 태도에서 이런 변화가 감지됩니다. 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게 나쁜 거냐고요?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기업가 정신을 가질 때 경제는 더 좋아집니다. 이런 기업가가 많아진다면 일자리 문제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그리고 거대 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가진 직원들을 잘 다룬다면 그 기업도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속도·유연성·혁신 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미래 경제 사회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심각한 불황이 언제 끝날지에 대해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건 분명합니다. 불황은 언젠간 끝날 거고 그 다음엔 진취적인 새로운 유형의 직원이 남게 될 겁니다. 그리고 오직 진취적인 새로운 기업만이 그들을 채용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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