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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원산서 40일 이상 체류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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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김정일(사진) 국방위원장이 5월 중순 이후 평양을 비우고 원산의 특각(별장)에 장기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4일 “김 위원장이 평양에 없는 것이 확실하며 장기간 원산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김 위원장이 평양에 없다는 점을 중국 베이징에 나오는 북한 외교관들도 자주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 기간은 40일을 넘어 50일 가까이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의 보도 기준으로 김 위원장은 이라크 전쟁 기간 동안인 2월 13일부터 4월 2일까지 49일간, 2008년 8월 16일부터 10월 4일까지 50일을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았으며 남측은 이를 ‘은둔’으로 해석했다.

소식통은 “정보 당국의 판단은 위성 사진 판독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군사위성은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과 원산 별장 진입 등 이동 전체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한국 정부에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앞둔 4일 오전·오후에 걸쳐 강원도 원산 인근의 깃대령 미사일 기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사거리는 400~500㎞이며 군 당국은 스커드 미사일이나 노동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여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스커드급 미사일 발사는 2006년 7월 5일 이후 3년 만이다. 북한은 2일엔 함경남도 함흥시 남쪽 신상리 기지에서 KN-01 단거리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 제1695호, 제1718호 및 제1874호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성규 기자

병세 악화 인한 원격 요양 통치냐 후계에 기회 주는 배려 정치냐
‘김정일 평양 부재’ 두 가지 시나리오

김정일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원산 별장의 위성사진. 위원장 전용 별장과 가족 별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동부 지역을 현지 지도할 경우 김 위원장이 거점처럼 사용하는 곳이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제공

김정일 위원장의 ‘원산 장기 체류’는 특이 동향이며 이상 기류다. 조금 더 머물면 ‘평양 부재’ 기간이 이라크전 이후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산 체류’는 한·미 당국이 김 위원장의 동선 파악에 늘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의 동선은 1급 관심 사항이다. 통신감청, 군사 위성 추적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군사 위성은 전용열차를 비롯, 김정일의 운송 수단은 특별 감시한다. 전용 열차도 평양 역을 떠나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집중 추적된다. 북한 대부분을 커버하는 일본 홋카이도 소재 미국의 대북 감청 장치도 큰 몫을 한다. 원산 장기 체류도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의 원산행은 잦았다. 지난해 ‘와병 뒤’ 함경도 등 동부 지역을 찾을 경우 원산은 거점이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도 김 위원장이 원산 별장을 자주 찾았다고 했다. 전용 별장과 가족 별장, 낚시터 등 휴양시설을 잘 갖춘 이곳을 찾는 것이 특이한 행태는 아니다. 문제는 왜 장기 체류하느냐는 점이다. 두 방향의 분석이 대두된다

첫째는 ‘후계 지명자’로 알려진 김정운에게 통치 경험을 할 기회를 준다는 ‘배려 정치’다. 평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원산에서 아들의 국가 경영을 지켜보며 노련하게 원격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없는 공간에서 정운이 권력을 행사할 경우 본인에겐 통치 경험이 되며, 통치 구조를 인수받는 기회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최근 중국·일본의 북한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는데 김정운 후계설에 대해서는 한국과 온도 차이가 있다”며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김정운 후계설은 비약 과장처럼 보이며, 따라서 배려 정치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병세 악화에 따른 요양설이다. 이른바 요양통치다.
복수의 소식통은 “김정일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한 소식통은 “베이징에 오는 북한 외교관의 입에서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더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산 체류가 악화된 병세 치료보다는 요양일 가능성에 더 비중이 두어진다. 두 소식통은 “김정일을 위해 외국 전문의가 북한을 방문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병세 악화라기보다 안정적 요양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뇌졸중은 찬바람이 불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에 관한 얘기를 들어왔다”며 “사실이면 위원장이 이번 기간을 건강 회복 시기로 잡았을 가능성을 의미하며 원산에는 요양과 휴양을 겸해 장기 체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실제로 김정일이 과거 원산의 화력 시범에 참가한 적은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 평양의 통제소에 있었던 김정일이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지휘를 위해 원산에 장기 체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적다. 오히려 통치력 과시에 열중하는 김정운의 ‘강공 드라이브’로 해석할 여지가 더 많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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