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용제한규정 따지다 유연대처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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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KBS의 슬픈 현실 하나. " 'TV 유치원' (1TV월~토 오전7시50분) 이 어린이 참여를 늘려야겠는데요, 주당 제작비를 1백50만원만 올릴 수 없을까요. " 이에 대한 담당 부장의 생각.

"어린이를 위한 프로인데 당연히 그렇게 돼야지. 내가 함께 맡은 '사건 25시' 출연자를 조금 줄이면 주당 1백50만원은 확보야 어려움 없지. MBC '뽀뽀뽀' 는 주당 제작비가 'TV유치원' 의 2천9백만원보다 50%나 많다던데. 어린이 교육에 공영방송 KBS가 뒤져서야…. "

의욕은 대단했지만 일단 좌절. '프로그램마다 정해진 제작비를 넘겨서는 안된다' 는 제한규정 때문이다. 다른 것을 줄여서 이쪽을 늘리니 전체적으로 제작비는 조금도 늘지 않는 상황.

'경쟁력' 을 우선으로 삼는 기업이라면 '선조치 후보고' 도 무조건 OK일 터다. 그러나 KBS는 '이러이러하니 제작비를 올려주시기 바라나이다' 는 품의를 올리고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허가도 날지말지 반신반의다.

가령 1백50만원 인상을 놓고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결국 시청자를 위한, 융통성 있고 발빠른 대응은 불가능하다.

KBS도 어쩔 수 없다. 공기업이니 감사원 감사가 두렵다. 모든 일이 일률적용. 참다운 구조조정이란 이런 경직성을 탈피하는 것 아닐까.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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