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수부대 110개국 파견 전쟁기술 '가정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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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쟁 봉사단 - .냉전이 끝난 이후 미 특수부대들에 주어진 새로운 임무를 이렇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미국은 61년 평화봉사단을 창단, 개발도상국에 파견해 여러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현지 문물을 배우는 한편 미국을 심도록 했다.

이와 비슷하게 90년대에는 미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델타포스.레인저스 등이 세계 각지에서 현지 군대에 각종 전략.전술.노하우.조직관리 등을 '전수' 해주고 있다.

'합동훈련교환 (JCET)'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이 새로운 계획 아래 현재 미 특수부대 요원들이 나가 있는 나라는 줄잡아 1백10개국. 이들은 현지 군대에 마약조직.게릴라 등을 제압하는 전쟁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최근 사흘에 걸쳐 이들의 활동을 집중 조명한 워싱턴 포스트지는 "냉전 종식 이후 이들 특수부대는 총 한방 쏘지 않으면서 국방부의 '새로운 개입 (engagement)'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의 활동도 미국 대외정책의 하나로 마땅히 의회.국무부의 감독.규제.지시를 받아야 하나 '큰 틈새' 로 빠져 있어 인권탄압.지역분쟁.독재.내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제기했다.

최근 반정부 유혈폭동 끝에 수하르토 독재체제가 마감된 인도네시아에서 미 특수부대는 91년 이후 지금까지 41번의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대부분은 그간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납치.폭행으로 악명 높았던 인도네시아의 정예부대 '코파서스' 와의 합동훈련이었다.

중남미는 거의 전역에서 미 특수부대가 '가정교사' 노릇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5월 에콰도르의 콜롬비아 접경 정글지대에선 미 특공대 정예요원 1백43명과 에콰도르군 6백45명이 블랙호크 전투헬기 등 미군 첨단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에 함께 참가했다.

정글에 숨어 활동하는 마약조직과 국경지대에 자주 출몰하는 콜롬비아의 마르크시스트 게릴라들을 겨냥한 훈련이었다.

그러나 훈련 마지막 날 에콰도르군은 마약조직이나 게릴라 대신 오랜 국경 분쟁국인 페루를 향해 "단 한치의 땅도 내줄 수 없다" 는 구호를 외쳤다.

또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 한창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5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에선 60명의 미군과 2백여명의 파키스탄군이 특수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올 8월에도 이같은 훈련은 다시 실시될 예정이다. JCET 프로그램은 냉전 종식과 함께 탄생했다.

카자흐스탄 등 전에는 소련연방이었던 국가들과 갑자기 군사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현재 미 특공대의 전체 인원은 4만7천명.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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