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신라 향가 '혜성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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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언젠가 샛물 바닷가의 제석 건달과

노니는 헛개비 재를 보고

왜놈 왔다고

그 바닷가 봉화 놓은 적 있노라

오늘 세 화랑님 풍악산 오르시는데

달도 부지런히 달빛 밝히고

오르실 길 쓸러 내려온 별더러

혜성이다 사뢰는 이 있구려

도리어 달이 별 아래 떠가는데

어이유 무삼 흉별 혜성이 있다 하리

- 신라 향가 '혜성가'

신라 화랑의 영광은 1백년 동안이었다.

그 중에도 진평왕 때는 그 전성기. 바로 그때 젊은 스님 융천 (融天) 이 혜성가를 지어 불렀다. 화랑의 으뜸 거열 (居烈).보월 (步月).실처 (實處) 3인의 낭도들을 거느리고 금강산 순례행각에 나설 때 한 사람이 혜성이 범했으니 흉조라 했다.

거기에 융천이 나서 하늘의 별까지도 사람의 사환 (仕宦) 으로 삼아 물리친다. 융천. 하늘과 융통자재한 사람이던가.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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