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샛물 바닷가의 제석 건달과
노니는 헛개비 재를 보고
왜놈 왔다고
그 바닷가 봉화 놓은 적 있노라
오늘 세 화랑님 풍악산 오르시는데
달도 부지런히 달빛 밝히고
오르실 길 쓸러 내려온 별더러
혜성이다 사뢰는 이 있구려
도리어 달이 별 아래 떠가는데
어이유 무삼 흉별 혜성이 있다 하리
- 신라 향가 '혜성가'
신라 화랑의 영광은 1백년 동안이었다.
그 중에도 진평왕 때는 그 전성기. 바로 그때 젊은 스님 융천 (融天) 이 혜성가를 지어 불렀다. 화랑의 으뜸 거열 (居烈).보월 (步月).실처 (實處) 3인의 낭도들을 거느리고 금강산 순례행각에 나설 때 한 사람이 혜성이 범했으니 흉조라 했다.
거기에 융천이 나서 하늘의 별까지도 사람의 사환 (仕宦) 으로 삼아 물리친다. 융천. 하늘과 융통자재한 사람이던가.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