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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뮤지션 조동익 두번째 독집음반'무비'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조동익은 남의 음반에 편곡 (3백80곡).반주 (1천여곡) 는 많이 했지만 자신의 작품은 많지않다.

80년 친형 조동진의 2집에 삽입된 곡 '어떤날' 로 데뷔한 그가 지금까지 자기 이름으로 낸 독집은 딱 한장. 플랫리스 (목에 지판이 없는) 베이스기타 연주가 독보적인 그는 장르의 경계선을 마음대로 넘나든다는 점에서 기타와 닮았다.

86.89년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함께 만든 '어떤 날1.2' 는 뉴에이지음악을 가요계에 정착시킨 기념비적 음반으로, 패닉.전람회등 발라드듀오들의 교과서가 됐으며 지금도 매달 10만장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그럼에도 자기 이름이 붙은 음반에는 굉장한 부담감을 갖고있어 과작의 작가가 돼버렸다.

그런 그가 첫 독집 '동경' (94년) 이래 4년만에 자기 음반 '무비' 를 냈다.

영화 '장미빛 인생' (94년) 과 '넘버3' (97년) 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었던 곡들을 다시 손봐 낸 이 음반은, 그로서는 모처럼 편하게 만든 작품. "영화를 바람막이삼아 하고싶은대로 해봤다" 는 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만든 탓인지 수록곡 17곡은 그의 깊고 다채로운 음악세계를 자연스레 풀어내고있다.

타이틀곡 '무더운 여름과 자전거타기' 는 비트 강한 어쿠스틱 기타연주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미세스 로빈슨' 을 연상시키는 포크록 넘버다.

또 어지럽고 달콤한 테크노 '현기증' 은 조동익의 요즘 유행음악에 대한 관심과 소화력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객원가수를 쓴 노래 2곡. 발라드 '아침을 맞으러' 에서 목쉬고 갈라진 소리를 들려주는 김장훈과 올터너티브록 '그림자 춤' 에서 록 특유의 파워를 살리지 못한 허은영은 캐스팅 논란을 부를만하다.

그러나 로커 이한철이 부른 '예예예' 는 급하고 힘이 넘치는 가수의 특징을 잘 살렸으며 듀오 '16년차이' 의 전 멤버 김용수를 쓴 '무더운 여름과…' 도 개성이 살아있어 좋다.

아이돌스타 신보만 가득쌓인 음반점에서 조동익의 음반을 찾기란 힘들 것이다. 그게 또하나의 아쉬운 점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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