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위기로 가죽제품 안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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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큰 악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켈빈 포스터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지난 1월 악어 농장을 내놓았지만 7개월째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3백80만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65㏊ (1만9천평) 의 면적에 1만9천마리의 악어와 악어용 인큐베이터를 비롯한 부대 시설을 포함하면 그리 높은 가격도 아니다.

그런데도 농장이 왜 팔리지 않는 것일까. 그 주범은 바로 태평양 건너 아시아에서 발생한 경제 위기다.

개당 1만달러 (1천4백만원) 이상 나가는 골프용 가방을 비롯, 악어가죽 제품을 휩쓸다시피 해온 일본인들의 구매가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백20만달러의 매출 가운데 75%가 가죽판매를 통해 얻은 것이어서 그의 농장이 타격을 입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그가 부동산 맞교환이나, 현금 대신 보석으로 대금 지불이 가능하다는 호조건을 제시해도 계약을 성사시키기 힘든 것도 바로 이 때문. 또 77년 희귀동물 목록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아직도 악어를 이용해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점과 악어가 다루기 힘든 동물이라는 점도 구매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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