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장의 힘' 에 두손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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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SK그룹이 '시장의 힘'에 무릎을 꿇었다. 당초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의 개인 회사인 와이더덴닷컴 비상장 주식 560만주를 280억원에 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자 SK텔레콤 주식이 급락해 서둘러 이를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와이더덴닷컴은 2000년 6월에 설립된 무선인터넷 콘텐츠 개발업체로 지난해 매출 777억원, 당기순이익 84억원이었다. 최 회장의 와이더덴닷컴 지분은 지난해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SK네트워크 채권단이 담보로 갖고 있었다.

최 회장은 이 주식을 판 돈으로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주식을 사들여 그룹 지배권을 강화할 요량이었다.

SK 측은 "채권단과 합의해 와이더덴닷컴 지분을 팔고 대신 새로 사들일 SK 지분을 담보로 재제공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재 SK 지분이 0.6%이나 와이더덴닷컴 주식을 팔아 SK 지분을 사면 지분이 1%선을 넘게 된다. 지난해 모나코의 헤지펀드회사인 소버린과 피를 말리는 경영권 경쟁을 벌였던 최 회장으로서는 단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어서 이런 계획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계획이 23일 알려지자 최 회장의 주식을 사기로 한 SK텔레콤 주가는 1년4개월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0.7% 떨어진 데 비해 SK텔레콤은 장중 한때 6.4%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6170억원어치 줄었다.

마침내 SK텔레콤은 시장의 냉엄한 심판을 수용했다. 이날 오후 2시 SK텔레콤은 긴급 공시를 내고 "무선인터넷 사업 강화를 위해 와이더덴닷컴 주식을 살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주 및 투자자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해 매입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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