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퇴출은행원 도덕적 해이 질타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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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퇴출은행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대통령 입으로 말하게끔 해야 하는지 정말 통탄스러운 일이다. " 8일 아침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은 장관 등의 일처리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시했다.

朴대변인은 자신도 참모로서 많은 반성을 했다고 했다.

朴대변인은 순전히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하긴 했으나 김대중 (金大中.얼굴) 대통령과의 교감하에 나온 말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는 담당 수석비서관도 아닌 朴대변인이 자성 (自省) 이란 표현을 쓰기는 어렵다.

"사실 참모진이 너무 심하게 나가면 대통령이 강도를 조절하는 그런 방식이 돼야 하는데 (대통령이) 보다 보다 안되니 직접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니겠느냐. " 金대통령이 직접 했다는 말은 7일 금융 종사자의 도덕적 해이를 강하게 질타한 것을 가리킨다.

金대통령은 특히 퇴출은행의 퇴직금 지급을 '부도덕한 행위' 로 적시했다.

그러면서 시정조치를 강하게 지시했다.

지급된 퇴직금을 환수하라는 얘기였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선 다소 이례적이었다.

너무 구체적이고 수위가 높았다.

더군다나 미묘한 문제다.

원래 이런 문제는 관계장관이 총대를 메는 게 통례다.

그럼에도 金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런 지시를 내렸다.

아마도 참다못해 나선 것 같다.

얼마전에도 국무위원들의 업무추진을 질책한 바 있다.

장관들에게 숙제를 주고 검사하는 金대통령이다.

최근의 국정 과제 현황보고가 그것이다.

하지만 "내맘같지 않다" 는 게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갖는 불만이었고 퇴출은행 문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朴대변인은 8일 이 말을 꺼내면서 박세리 선수를 예시했다.

연못가에 빠진 공을 쳐낸 장면을 회상했다.

그것을 金대통령이 나라를 구하려는 노력과 비유했다.

하기야 정부 부처의 행태엔 문제가 적지 않다.

며칠전까지도 관계당국은 퇴출은행이 지급한 퇴직금의 환수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반납을 안할 경우 일일이 민사소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마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나 싶다.

金대통령의 불만은 바로 그것이었다는 얘기다.

金대통령이 느끼는 아쉬움은 악역을 대역하는 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꾸 매사에 金대통령을 앞장서게 만들고, 대통령이 나서야 겨우 움직이는 사태를 낳고 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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