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3차 북한문화유산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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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의 북한문화유산조사단 (단장 權寧彬소장) 이 북한땅에 다시 발을 디뎠다.

지난해 9월과 12월에 이어 세번째로, 이번 방북은 중앙일보가 오랫동안 추진해 왔던 북한 답사계획을 1차 마무리짓는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비록 이번 방북이 북측과의 합의에 따라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일의 성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심각한 고비가 한 차례 있었다.

지난달 벌어진 북한잠수정 사건이 그것이다.

당국이 강경대응쪽으로 갔더라면 남북간 교류는 경색 내지 단절되고 조사단의 북한답사계획도 무산돼 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우리 당국이 대북 (對北) 정경분리원칙과 햇볕론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기존의 남북관계 기조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고 중앙일보의 방북조사계획도 별다른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됐든 3차조사단의 방북시점이 우리 당국의 대북정책 결정을 둘러싼 중대한 선택의 문제와 미묘하게 맞물리는 바람에 방북 자체를 섣불리 낙관할 처지가 못 됐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그같은 고비를 뛰어넘고 성사된 조사단의 이번 방북은 특별히 잠수정사건 이후 전개되고 있는 남북교류의 첫 시범적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간의 비정치적 사회.문화교류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문화연구소는 지난해 9월 평양.묘향산지구를 중심으로 한 1차답사에 이어 12월에는 평양.개성.구월산.정방산지구에 대한 2차답사를 마친 바 있다.

이 두 차례 답사의 성과물이 바로 지난 2월초부터 본지에 주 1회씩 동시 연재되고 있는 '유홍준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 와 '최창조의 북녘산하 북녘풍수' 다.

3차조사단의 주 답사예정지는 북한의 동.북쪽에 위치한 금강산.칠보산.백두산으로 짜여져 있다.

이들은 1, 2차조사단이 앞서 돌아보고 온 묘향산.구월산과 함께 북한이 5대 명산으로 내외에 자랑하는 산들이며 각기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우리 조상의 숨결과 손길이 깃들인 수많은 민족문화유산을 끌어안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산들은 분단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발걸음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제 그 미답 (未踏) 의 지경에 직접 가서 독자들에게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육성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이 중앙일보가 북한에 문화유산조사단을 보내는 목적이다.

이번 방북조사단에는 1차때 동행했던 문화유산답사의 개척자 유홍준 (兪弘濬) 교수 외에 대표적인 민족시인으로 평가받는 고은 (高銀) 씨와 민중의 삶을 즐겨 대하형식으로 엮어 온 '객주' 의 작가 김주영 (金周榮) 씨가 새로 참가했다.

금강산관광이 올가을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세 사람이 직접 가서 전해 주게 될 북녘의 모습이 벌써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평양 = 유영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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