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호의 정박지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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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기아및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국제공개경쟁입찰 방침이 6일 공식 발표되면서 그동안 물밑 신경전을 벌이던 국내외 인수희망 업체들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기아 국제입찰에는 현대.삼성.대우.포드가 각축을 벌이는 4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최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현재로는 현대 - 대우, 삼성 - 외국업체 (혹은 포드) 와 포드가 단독참여하는 2~3파전의 구도가 유력시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기아 문제와 재계의 최대 현안인 빅딜 (대규모 사업교환) 이 서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입찰 모색하는 현대와 대우 = 현대.대우는 그동안 단독 입찰하겠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흘려왔다.그러나 현재는 두 업체가 손잡고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두 회사 모두 단독인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는 자체 인력도 줄여야 할 처지라 기아 인수에 따른 과잉인력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고 대우 역시 쌍용차 인수로 인수자체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후발 경쟁사인 삼성이나 외국업체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내수경쟁이 심화될 것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로 입찰참여가 불가피한 처지라는 것.

이와 관련, 대우는 6일 "현대와 컨소시엄을 구성, 기아자동차 입찰에 참여키로 했다" 고 밝혔다.현대도 그간의 단독입찰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단독 입찰을 고집하지 않고 있으며 제휴 상대는 대우가 될 수도 있다" 고 여운을 남겼다.

현대.대우의 공동인수가 성공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현대가 기아차를, 상용차 라인의 보강이 시급한 대우는 아시아차를 각각 떠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외국 기업과의 제휴 모색하는 삼성차 = 기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삼성자동차. 삼성차는 최근 이른바 빅딜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해 기아자동차의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기 위해 포드등 해외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측은 "기아 인수를 위한 포드와의 관계는 아직도 유효하다" 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와 별도로 현재 해외 자동차업체나 자본주 등을 대상으로 컨소시엄 구성대상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독입찰로 방향 튼 포드 = 기아차 지분의 16.91%를 갖고 있는 대주주인 미 포드사도 6일 입찰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포드 아시아담당 대변인인 켄 브라운 이사는 "한국 정부와 채권단이 기업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만큼 기아 입찰에 참여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다른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말해 단독 참여의사를 강력히 내비쳤다.

포드는 기아측이 피인수희망업체 1순위로 꼽고 있는데다 최근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해 기아차 인수에 따른 관련자료 입수와 실사작업을 이미 마무리 지어 인수전에서 가장 느긋한 입장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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