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도 바뀐다]하.이젠 제2금융권 차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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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실은행들만 '퇴출' 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밝힌 금융산업 구조조정 일정에 따라 조만간 부실한 리스.보험.증권.종금사 등이 잇따라 퇴출될 예정이다.

이미 은행 자회사로서 지급불능사태에 처한 다수의 제2금융권 금융기관들이 퇴출됐거나 퇴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모 (母) 은행의 자금지원으로 버텨오다가 돈줄이 마르자 자동정리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이 붕괴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대형화.겸업화 추세도 2금융권의 영업기반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거기에다 감독 당국은 최근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적립요건 등 감독기준을 강화해 부실 금융기관을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채비를 차리고 있다.

대주주가 있는 만큼 알아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해보되 빡빡해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가차없이 정리하겠다는 경고다.

은행 다음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있는 곳은 리스업계다.

이미 25개 전업 리스사중 모은행이 '지원불가' 입장을 밝힌 대구.중앙.서울.경인.중부.광은.대동.동남.동화리스 등 9개 리스사가 퇴출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리스업계 구조조정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리스수요 감소.부실채권 급증 등으로 리스업 영업환경이 조만간 호전되기 어려운데 모은행도 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켜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리스 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기 쉽지 않다.

모은행의 의사가 바뀌면 언제든 추가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중 '구조조정' 이라는 매를 가장 먼저 맞은 종금업계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현재 영업중인 14개 종금사들은 대부분 자기자본비율 8%대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돌발적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한 7월의 2차 경영평가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폐쇄 파동' 을 거치면서 금융기관으로서 신용도에 적지않은 타격을 받은데다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성향이 강화될수록 영업기반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살길은 타금융권과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나 전문 투자은행으로의 전환밖에 없는 셈이다.

나머지 종금사들은 퇴출되거나 지방 신용금고 수준의 금융기관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도 구조조정에 따른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2개 생명.손해보험사가 지난달 20일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금감위에 제출했으며 현재 회계법인의 현지 실사가 진행중이다.

생보사의 경우 최소한 4~5개사, 많으면 10여개사가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4개 생보사가 계약이전 희망 등 경영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주주의 증자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살길은 외자를 유치하는 것인데, 외국 투자가들도 부실 보험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결국 생보업의 구조조정은 국내 대형사와 외국자본을 양축으로 해 이뤄지되 상당수 신설 생보사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신이나 신용금고도 퇴출 한파가 예고된 상태다.

IMF 이후 연체 증가로 고정 이하의 부실자산이 급속히 늘고 있는 신용금고는 최근 금감위로부터 은행권 등 다른 금융권에 적용된 자기자본비율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인 '위험가중 실질자기자산비율' 을 기준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을 짜라는 지시를 받고 고민이 대단하다.

리스사 발행 채권을 상당규모 보유하고 있는 투신사는 리스사 퇴출이 신탁재산 부실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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