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도 '못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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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金모 (40) 씨는 지난 5월 부인과 아들, 딸 등 네가족이 3년동안 불편없이 살아온 대구시 달서구 임대아파트를 떠났다.

지난 3월 다니던 회사가 쓰러져 수입이 한푼도 없게 되자 월 8만원의 관리비조차 내기 어려워 1천9백만원의 임대보증금을 빼내 인근 월세로 옮긴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1천3백여가구의 입주민중 올들어 金씨와 비슷한 이유로 아파트를 떠난 서민들은 1백20가구나 된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차원에서 건설된 소형 임대아파트에서 떠나는 서민들이 이처럼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임대아파트에서 살다 떠나는 사람은 IMF 이전에 비해 20~30% 정도 증가했다.

민간업체중 임대아파트가 가장 많은 부영의 경우 전국에 있는 5만여 가구의 입주자중 상당수가 이사했거나 해약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직과 임금삭감 등으로 소득이 줄자 1천만~3천만원 정도인 임대보증금을 빼내 월세나 더 싼 집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전세값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공공 임대아파트의 임대보증금.임대료가 2.5~5% 정도 오른 것도 임대아파트를 떠나는 또 다른 원인이다.

또 거주 5년이 지난 임대아파트를 분양받는 혜택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지원받는 국민주택기금과 입주때 낸 보증금까지 감안하면 1천만~2천만원만 추가로 내면 되지만 이것마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가 좋을 땐 목돈을 빌려 분양받은 뒤 바로 팔아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었으나 요즘은 아파트 값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사정이 달라졌다.

주공이 1월부터 경기도 안성 아양동에서 분양전환하고 있는 13~18평형 5백16가구중 2백여가구만 전환을 신청했고 부영이 3월부터 분양전환 신청을 받고 있는 평촌아파트는 1천7백10가구중 70%만 신청한 상태. 부영측은 "분양가를 내려달라며 전환을 미루는 사람도 있지만 분양가를 내려도 전환받지 못하는 입주민도 많다" 고 설명했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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