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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박사 "내 블랙홀 이론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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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고 자신의 기존 블랙홀 이론을 180도 뒤집어 과학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2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제17차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새 이론을 제시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호킹은 이날 '블랙홀 정보 패러독스(역설)'란 발표를 통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정보가 방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블랙홀 연구 사상 가장 혁명적인 성과로 평가됐던 자신의 1975년 이론을 뒤집는 것이다.

◇블랙홀이란=블랙홀은 태양보다 3.2배 이상 무거운 별이 한없이 수축해서 생성되는 게 보통이다. 거대한 자체 중력에 의해 스스로 수축하는 별이 마침내 원자핵의 중심 요소인 중성자까지도 붕괴시킨 (중력 붕괴라고 한다) 결과다. 즉, 물질이 한없이 수축돼서 부피는 0이 되고 밀도와 중력이 무한대가 된 상태가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빛.에너지.물질.입자를 빨아들이지만 밖으로는 일절 내보내지 않는다. 무한대의 중력을 뚫고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검은 구멍'(블랙홀)이다. 블랙홀의 표면은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불린다.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약 160억년 전 우주가 대폭발(Big Bang)로 창조될 때 물질이 크고 작은 덩어리로 뭉쳐져 생긴 원시(原始) 블랙홀도 있다. 이 중에는 태양 질량의 30억 배에 달하는 거대 블랙홀, 빅뱅 직후 충격파에 의해 생긴 초미니 블랙홀이 있다.

◇호킹 복사란=블랙홀은 영원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호킹의 유명한 1975년 논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기초로 한 블랙홀에 현대 양자역학을 접목한 것이다.그는 블랙홀이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해 질량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양자역학 이론에 따르면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도 입자와 반(反)입자가 쌍으로 생겼다가 소멸하는 일이 무수히 되풀이되고 있다.'사건 지평선'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양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는 밖으로 튀어나가고 음의 에너지를 가진 반입자는 중력에 이끌려 블랙홀 안쪽으로 떨어진다. 반입자는 블랙홀 내부의 질량을 갉아먹는다. 밖에서 보면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면서 질량을 조금씩 상실하는 셈이 된다.

블랙홀은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를 조금씩 방출하다 결국은 증발하게 된다(특히 초미니 블랙홀). 호킹 복사는 한 방향으로만 이뤄지지 반대 방향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정보는 다시 방출되지 않으며 블랙홀과 함께 결국은 소멸되는 운명을 맞는다.

◇반론과 새 이론=호킹 복사 이론은 양자역학의 기본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입자와 입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흡수, 붕괴된다고 하더라도 정보손실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킹은 극도로 강한 중력장이 '특별한 자연 현상'을 만들어냈을 수 있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달라졌다. "블랙홀이 일방통행이 아니라 빠져 들어간 정보가 방출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왔으며 이제 해답을 찾았다"면서"블랙홀은 일단 형성된 뒤 나중에 문을 열어 안에 빨려들어간 물체에 대한 정보를 오랫동안 방출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블랙홀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고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논문은 다음달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조현욱 기자, 사진=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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