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마에 철저히 대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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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며칠 사이에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나흘동안 전국 평균 1백10㎜ 정도의 비에 농경지 1만여㏊가 침수되고 방조제.도로.가옥이 침수.파괴되는 등 벌써 사망 1명.재산피해 19억여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충청.호남지방을 중심으로 호우주의보가 계속 내려져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장마피해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 정도의 비에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장마 대비가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잦고 집중호우 가능성이 다른 때보다 높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예보됐고 기회있을 때마다 보다 철저한 장마 예방대책이 반복 강조됐으나 모두 우이독경 (牛耳讀經) 이었단 말인가.

최근에는 웬만한 장마피해는 더 이상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로 보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공동된 추세다.

사람이 미리 노력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장마철만 되면 축대붕괴.가옥침수.농경지나 방조제 유실 등 원시적인 인명.재산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으니 여기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 (痼疾) 인 안전불감증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올해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경제난으로 본격 장마가 닥치면 자칫 엄청난 인재 (人災) 를 당할 우려도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전국 주요도시의 지하철 공사장이나 돈줄이 막혀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재개발 건축현장과 골프장 공사장 등 곳곳에 위험지역이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장마철 대책의 총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

기상청이나 재해대책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장마대책과 위험지역 관리.감독 등 행정에 미비점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가정이나 각급 학교 등에서는 식중독.수인성 전염병 등 위생.건강에도 대비해야 한다.

모든 장마철 대책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의 일이고, 사고 수습보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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