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클린턴·의회 '담배전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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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정부 및 담배업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사이에 치열한 담배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2일 미성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담배상표를 매년 조사해 발표하라고 보건부에 지시했다.

클린턴의 지시는 지난 17일 존 매케인 의원 (공화당) 이 발의한 담배규제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되자 그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다.

부결 직후 클린턴 대통령은 "담배법안은 결코 죽지 않았다.

다른 법안에 부속시켜 반드시 통과시키고야 말겠다" 고 강한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상원이 부결한 새 담배규제법안은 앞으로 25년간 담배로 인한 질병치료를 위해 담배업계가 5천60억달러 (약 7백8조원) 를 배상하고 세금인상을 통해 담배값을 1.1달러 인상하며 니코틴 함유량과 담배광고를 제한하는 내용. 이는 지난해 담배업계와 연방정부 및 40개 주정부가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대신 치료비 3천6백85억달러 (약 5백15조원) 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크게 강화한 것이다.

담배업계는 연방 및 주정부와 합의한 내용보다 크게 강화된 규제법안이 제출되자 지난 2개월 동안 최대 5천만달러 (약 7백억원) 의 광고비를 투입하는 대규모의 법제정 반대캠페인을 벌여 왔다.

새 규제법안은 ^세금을 인상하고 ^2백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하며 ^담배 암거래를 부추길 것이므로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에 반대하도록 설득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담배업계는 이 광고를 미국 전국의 방송과 신문들에 게재하고 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도 벌였다.

이에 대해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흡연자를 크게 줄이는 것을 최대 정책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은 담배업계의 광고가 "말도 안되는 거짓" 이라며 의회에 법안통과를 요청했으나 의회는 부결하고 말았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측은 "담배법안은 세금인상 효과만 낼 뿐이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 반대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정객 (政客) 이 아니라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담배법안을 바라봐야 할 것" 이라며 강화된 담배규제법 제정을 다짐,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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