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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한경록·장기하팀 내달 4일부터 전국 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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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만나자마자 ‘술 이야기’였다. 인터뷰 전날, 마침 세 밴드가 두번째 합동연습을 마친 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시간까지 ‘기나긴 뒤풀이’를 했던 탓이다. 해장이 필요한 얼굴로 약속 장소에 나타난 세 사람, “넌 어제 언제 없어진 거니?” “글쎄, 저 집에 어떻게 간 걸까요?” “선배님 아침 라디오 방송은 무사히?”라며 인사를 나눈다. 1970~80년대 한국 록음악의 아이콘 ‘산울림’을 이끌었던 ‘김창완 밴드’의 김창완(55), 1990년대 후반 인디붐을 주도한 펑크록의 최강자 ‘크라잉 넛’의 한경록(32), 그리고 지난해 ‘싸구려 커피’로 대박을 터뜨린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 장기하(27)씨다.

한국 록 음악의 대표 주자이자 이름난 술꾼 3인이 홍대 뒷골목에 모였다. 낮 1시, 아직 술이 덜 깬 모습이다. 왼쪽부터 장기하· 김창완· 한경록씨. [김태성 기자]


◆다 모이면 16명, ‘대규모공연’=세 팀이 함께 공연한다는 소식은 음악팬들의 여름을 달구는 ‘빅뉴스’다. 그것도 두달에 걸쳐 서울·대구·부산·대전을 ‘찍는’ 전국투어다.

공연이 성사된 데는 역시 ‘술’의 힘이 컸다. 세 명 중 ‘꼬꼬마’인 장기하는 본인 음악의 ‘롤모델’이었던 ‘산울림’의 김창완 선배를 술자리에서 자꾸 마주치면서 “즐겁게 놀다 집에 돌아가면 ‘내가 오늘 그 분과 술을 먹은 거야?’라며 감격하기를 반복”했다. ‘크라잉 넛’은 ‘장기하와 얼굴들’에게 ‘30시간 연속 술마시기’에 도전하는 ‘일일 로커체험’을 시켜준 선배였다. “세 팀이 술자리에서 자주 모이다보니 매니저들 사이에 ‘술만 먹기엔 아까운 조합’이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술도 땀 흘린 후 먹어야 떳떳하니, 함께 공연을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죠.”(한경록)

‘대규모공연(大規模公演)’이라는 정직한 타이틀은 ‘김창완표’다. 원래는 ‘꽝’ ‘싸구려 투어’ 등의 후보작이 있었으나, 세 밴드의 멤버 전원 16명이 공연포스터 사진을 찍으러 걸어가던 중, 맨 앞의 김창완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단다. “와~, 정말 대규모구나. 공연 제목도 그냥 ‘대규모공연’으로 하지 뭐.”

◆행복에 세대차가 어딨어=각기 다른 나이와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 모였지만, 궁합은 무섭도록 잘 맞는다. “세 밴드 모두, 한 때 지독하게 앓았던, 혹은 지금 앓고 있는 청춘에 대해 노래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사람들이다. “맘껏 즐기고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즐겁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것을 이번 무대를 통해 전달해보려 합니다.” 특히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공연장을 많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완씨는 “내가 후배들과 어울리며 격 없이 친구를 사귀는 즐거움을 알게 됐 듯, 나이 지긋한 ‘산울림’ 팬들이 장기하의 노래를 듣고, 중·고등학생들은 ‘산울림’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런 공연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우리 피날레를 보면 깜짝 놀랄거야=이번 공연에서 세 팀은 팀별로, 때론 두 팀씩 짝을 지어 공연하고, 마지막엔 전원이 무대에 올라 ‘산울림’의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꺼야’,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등을 부른다. 특히 사람들을 감동시킬 특별한 피날레곡을 준비했단다. 지난번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를 마친 후 예의 그 ‘기나긴 뒤풀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엔 왜 제대로 된 권주가가 없는거냐”며 김창완이 즉석에서 만들어낸 곡이다. 신나는 ‘라라라~’ 리듬에 ‘크라잉 넛’의 ‘마시자’라는 노래를 접목했다고 설명하더니 갑자기 “우리 여기서 한번 불러버릴까”라며 셋이 합창을 시작한다. “라라라라라라라~ 마시자마시자 술을 쫙쫙 마시자. 오늘 하루도 지치도록 뛰어온 너와나. 세상은 힘들어도 갈증은 참기싫어 야~”

이영희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2009 국내투어 ‘대규모공연(大規模公演)’=7월 4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 1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8월 1일 부산 MBC 롯데아트홀, 29일 대전 충남대학교 정심화홀. 4만 4000원~5만 5000원. 문의 02-522-9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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