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을 때 음식 맛만, 와인 마실 땐 와인 맛만 느껴져야 좋은 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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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음식이 있을 때는 음식 맛만, 와인을 머금었을 때는 와인 맛만 느껴져야 진정한 궁합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인 칼럼니스트 김혁씨가 말했다. 뱅가의 관장이기도 한 그가 3명의 셰프, 1명의 소믈리에를 대상으로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찾는 세미나를 연 것이다. 준비된 와인과 음식은 각 6종. 연어·샐러드·쇠고기를 이용한 음식과 함께 매치한 와인은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산지오베제 등 비교적 잘 알려진 품종으로 만든 것이었다. 아래는 세미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소스의 짠맛이 와인 선택을 좌우한다

대부분 ‘생선=화이트 와인’ ‘육류=레드 와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강한 소스를 써서 요리의 짠맛이 강하면 레드 와인이, 심심하면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예를 들어 자작하게 졸인 크림소스 스파게티는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린다. 반면 묽은 토마토소스 파스타는 화이트 와인과도 무난하게 어울린다.

강한 음식엔 강한 와인, 약한 음식엔 약한 와인

비슷한 강도의 음식과 와인이 서로 잘 어울린다. 그래야 음식을 먹을 때는 음식 맛만,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 맛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혁 관장은 “와인을 마시는데 음식 맛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과거 속에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스를 전혀 가미하지 않은 연어는 기름지다. 이 때문에 부드러운 샤르도네보다는 자극적인 소비뇽 블랑이 잘 어울린다. 연어의 비릿함은 잡고 상큼함은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비니거 소스 등을 가미해 비릿함과 기름기를 없앤 연어 요리는 은은한 맛의 샤르도네와도 잘 어울릴 수 있다.

현지 음식은 현지 와인과 잘 맞아

양고기 요리를 주문한 뒤 보르도 와인을 시키면 실패할 확률이 작다. 보르도는 오래전부터 양고기가 많이 생산돼 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와인은 생산지의 주요 식재료와 요리법에 잘 어울리도록 양조, 발전해 왔다. 양념버섯요리를 시킬 땐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된 네비올로 품종 와인을, 토마토소스 파스타나 피자를 먹을 때는 토스카나 지방의 산지오베제 품종 와인을 주문하면 좋은 것도 같은 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양념버섯 및 토마토소스 요리는 각각 피에몬테·토스카나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와인=나라식품 제공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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