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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컬처코드 (21) ‘대한늬우스’는 또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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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극장업계가 목이 타게 외쳐왔던 ‘극장요금 현실화’가 드디어 현실이 될 모양이다. 메가박스가 26일부터 서울 등 3개 지역에서 성인 극장요금을 1000원 인상한다. 관객 반응에 따라, 요금 인상은 전체 극장가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극장들은 수익난을 호소하면서 각종 수익다각화를 모색해왔다. 극장 구석구석 상업광고를 유치했다. 화장실 안까지 광고가 파고들었다. 영화상영 전후에 트는 ‘극장광고’도 강화했다.

극장광고는 예전에도 있었다. 중장년층이라면 1970~80년대 ‘방송광고 불가’ 항목에 묶였던 피임약· 생리대 등의 광고를,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며 민망해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영화 시작 전 관객들의 자리이동 중 광고가 상영됐다.

그러나 극장수익이 한계에 부딪힌 2007년말을 기점으로 풍경은 달라졌다. 극장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에 광고가 시작된다. 예고편 상영을 포함해 총 10분이 광고 시간이다. 2시 영화라면 실제 영화는 2시 10분 시작이다. 원튼, 원치 않든 의무적으로 10분의 광고를 봐야하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극장 측도 할 말이 있다. 자율좌석제를 택하는 서구에서는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관객 입장이 일러 자연스레 광고에 노출되지만, 우리는 지정좌석제라 입장이 늦고 광고효과를 위해 이런 ‘의무관람’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이는 자율좌석제에 따른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채널을 돌릴 수도, 페이지를 넘길 수도, 창을 닫을 수도 없는, 일방적이고 강요된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이 ‘의무관람’에 ‘대한늬우스’가 끼어들었다. 25일부터 한 달간 전국 52개 극장 19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다.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을 홍보하는 정부 광고. 물론 남성 아나운서가 해설하는 옛날 스타일 그대로는 아니다. KBS-2TV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빌렸다. 세 개그맨이 태극기 앞에 서있고 ‘대한늬우스’라는 타이틀이 흐른다.

그런데 ‘대한늬우스’라면 정부 선전물이라는 비판과 함께 94년, 41년의 역사를 다한 ‘과거의 유산’ 아닌가. 극장에서 정부 홍보물을 트는 것 자체가 94년 ‘대한늬우스’ 폐지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설마 이 정부가 진짜 ‘대한늬우스’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건 아닐테고 대국민 홍보 강화 차원에서 ‘대한늬우스’의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백번 양보해 생각해도, 어두운 극장 안에 꼼짝달싹 못하게 관객들을 몰아넣고 논란이 분분한 정부 정책 홍보물을 튼다? 그것도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 ‘대한늬우스’라는 이름으로? 그거야 말로 ‘개그콘서트’보다 백배 웃긴 코미디, 아니 우리 사회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슬픈 리얼 드라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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