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안 1건처리에 16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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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 상반기중 국회는 모두 7차례의 임시회를 열었다.

회기는 모두 1백20일. 그러나 실제 본회의가 열린 날짜는 19일에 불과했다.

한달에 3일 가량 열린 셈이다.

소위원회까지를 포함, 16개 상임위는 1백72일동안 회의를 했다.

한 상임위가 한달에 1.7일꼴로 회의를 연 게 된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세비 (歲費) 를 덜받는 것은 아니다.

의원 1인당 세비는 월 5백98만원. 여기에 활동지원비.홍보비 지원금 등을 합쳐 월 8백26만원을 꼬박 챙긴다.

결국 한달 평균 본회의에 3회, 상임위에 2회 가량 출석한 국회의원의 1회 회의비용은 1백65만원인 셈이다.

여기에 의정활동을 돕는 보좌진 (의원 1인당 4.5.6.7.9급 각 1명, 총 5명) 의 인건비 (월 1천만원) 까지 감안하면 실제 의원들의 1회 회의비용은 3백65만원으로 불어난다.

봉급 및 각종 수당.차량유지비 등을 합쳐 장관이 월 3백60만원, 차관이 3백10만원 가량을 받는 것과 비교해도 의원들의 '인건비' 는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의원들이 일궈낸 결과는 폐기 내지 철회 법안 10개까지를 포함해 6개월 동안 51개의 법률안 의결이 고작. 상반기중 71개의 안건이 국회에서 처리됐으나 의원직 사퇴.승계안, 본회의 의사일정 등 20여개 안건은 국민생활과는 무관한 안건이다.

운영위의 의원 세비인상 및 보좌관 1명 추가안은 여론의 뭇매로 본회의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렇듯 한달 평균 8.5건의 법률안을 심의하고 이중 6.8건을 의결처리한 게 상반기 국회 실적. 대선을 치른 97년 한햇동안 2백14건의 법률이 국회에서 처리된 것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미친다.

98년 국회예산은 의원.사무처 요원 등의 인건비 9백26억원, 경상비 1백16억원, 기준경비 1백52억원, 일반사업비 1백42억원 등 약 1천5백88억원. 국회의 기능이 입법활동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입법을 본령으로 하는 게 국회라고 할 때 산술적으로는 상반기중 법안 하나 처리에 32억원 정도가 든 꼴이다.

그렇다고 처리할 법안이 없어서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2백62건의 법률안이 의원들을 기다리며 '낮잠' 을 자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관련법안은 물론 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소비자보호법.세제개혁법안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민생법안이 상당수다.

여기에 국회가 열리지 않아 제출조차 못한 채 대기중인 정부입법 민생법률만도 20여건에 이른다. 이렇듯 입으로는 국난극복을 외치면서도 정쟁 (政爭)에 몰두하고 있는 게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이쯤 되니 '국회 무용론' 에 이은 "국회의원을 정리해고하라"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국회에도 적용해야 한다" 는 국민의 비아냥과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김형완 (金炯完)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여야가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원구성을 서두르고 난국 타개를 위한 법안 처리 및 정치개혁의 연장선상에서 국회법 개정 등을 이뤄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정치권이 더이상 당리당략에 매달려 국사를 외면할 경우 심각한 국면이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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