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퇴출]문제2.55개 퇴출 부작용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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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상기업의 퇴출과정에서는 빚뿐 아니라 인력.사업.협력업체 등의 처리가 숙제로 떠오른다.

이런 문제는 퇴출기업 정리방식에 따라 그 파장과 양상이 엄청나게 달라질 전망이다.

즉 청산이나 자산매각 등 '극약처방' 을 하는 경우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퇴출기업의 하청.협력업체에도 큰 피해가 예상되는 등 파장이 간단치 않다.

반면 인수.합병 (M&A) 이나 모기업으로의 흡수합병, 영업양도.양수 등의 경우는 대체로 퇴출기업의 권리.의무 등을 인수기업이 승계하므로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은 편이다.

최대 관심은 인력정리. 55개 기업의 3만4천여 종업원과 하청.협력업체 종업원 수만명의 앞날이 걸려 있다.

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경우 퇴출기업 근로자들은 꼼짝없이 거리에 나앉게 된다.

회사가 아예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장.시설 등을 쪼개 파는 자산매각 방식을 취할 때도 원칙적으로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다.

반면 합병이나 주식매매, 사업의 양도.양수때는 인수기업이 고용을 포함해 퇴출기업의 권리.의무를 원칙적으로 승계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도 간혹 고용승계를 하지 않기로 양도.양수기업이 약정을 맺는 수가 있으나 '정당한 이유' 가 있어야 함을 대법원 판례가 명시하고 있다.

대리점 등 협력업체나 하청.거래업체의 처리문제도 비슷하다.

청산.자산매각의 경우 회사가 아예 없어지기 때문에 빚잔치 절차에 따라 자신의 채권.채무를 정리해야 한다.

물론 담보가 없거나 채권순위가 뒤처지는 채권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건설.주택업체가 청산하거나 자산을 팔면 아파트 등 시공현장은 보증업체나 공제조합이 떠안지만 공기 (工期) 지연 등으로 입주예정자.발주자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합병 등의 경우는 일단 인수회사와의 거래관계가 유지된다.

많은 그룹들이 일단 퇴출대상을 계열 모기업 또는 보증.거래관계가 밀접한 기업에 흡수합병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 일부는 종업원들에게 출자케 해 종업원주주회사 형태로 존속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퇴출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줄이고 인력.거래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은 합병후 수익성이 없는 사업분야와 종업원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거나 종업원을 재배치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당장의 파장을 줄인다고 부실기업을 다른 계열사에 합병시킬 경우 멀쩡한 곳까지 부실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며, 사업분야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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